부유한 사업가의 외동딸 어니스티나 프리먼과 약혼한 사이인 귀족 출신의 아마추어 고생물학자 찰스 스미스선은 황량한 바닷가 바람과 파도가 몰아치는 방파제 끝에 서 있는 여인 – 신랄한 표현으로 프랑스 중위놈과 놀아난 년으로 동네에서 내몰린, 자신의 불우한 처지와 인습의 굴레에서 벗어나려는 – 사라 우드러프의 신비한 매령게 이끌려 동정과 애정 사이에서 갈등을 느끼게 된다.
결국 찰스는 어니스티나에 대한 죄책감과 중상과 모략으로부터 보호해주려는 사라에 대한 의무감으로 약혼을 파기하고 사라와의 사랑을 선택하나 그녀는 종적을 감추고 만다. 몇 년 후 사라를 만나지만 수수께끼 같은 모호한 그녀의 언행에 완전한 이별을 작정한다.
작가가 주인공들의 결말을 – 샘과 메리와 주인을 배신하고도 권선징악의 원칙을 벗어난 완벽한 사업과 가정생활을 이어가는 개운치 않음, 파혼의 조건으로 내민 트리먼 씨의 냉혹한 각서의 영향력, 다시 만난 사라가 안고 있던 아기가 주는 메시지 – 독자의 상상이나 선택으로 남긴, 그만큼 여운을 남긴 글로 기억에 남는다.
번역가 김석희씨가 이 책을 3차례 번역, 출간한데 공감이 가는 내 나름대로의 다양하고 풍요로운 솔솔한 재미를 되씹어본다.
1970년대의 현대 작가가 현세를 의식하며 1860년대의 빅토리아 시대의 이야기를 전개함으로써 이중적 초점 –과거와 현대, 실존주의(찰스)와 진보적(사라), 고전적이며 전위적 역사적 현실과 일상적 심리-을 넘나드는 작가의 사고 철학을 맛보게 된다.
사라의 –지성적이며 독립적인, 꼿꼿한 정신의 소유자로 동정심에 반발하고, 간절한 열망에서 풍기는 야성과 강렬하고 직관적인 얼굴, 찰스에게 시선을 던질 때 내뿜는 그녀 자체의 불꽃 그러나 전혀 관능적이진 않은 엠마 보바리를 연상케하는 스칼렛 우먼(주홍색 여자, 매춘부를 의미)의 엘리자베스 베넷의 정체성과 무력감과 덧없음의 상징으로- 인물 탐색에 대한 즐거운도 크다.
작고 평화로운 분위기의 마을 라임 레지스가 주는 긴장감(염탐, 음모, 호기심), 찰스의 이중적인 여성 편력, 즉 빅토리아 시대에 걸맞는 여성성과 자신의 지적이고 엘리트 의식과 동등한 모험적이고 진화적인 여성, 두 남녀의 사랑 이야기에 배경이 되는 사랑과 미움, 타락과 구원, 자유와 억압, 부자와 빈자, 상전과 하인, 보수주의와 자유주의, 도시와 농촌, 과거와 현재의 각양각색의 갈등이 상상의 나래를 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