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인들이 추천하는 양서, 서울대생들에게 필독서로 읽히는 이 책이 내겐 독서의 즐거움보다는 읽고 넘어가야할 의무감 정도의 기억으로 남았음은 그다지 유쾌한 일은 아니다.

 

화자가 ’, 주인공의 이름인 오스카르’, 후반부에서는 주인공의 성인 마체라트로 뒤섞인 표현방식과 과거와 현재 정신병원과 일상에서의 생활을 넘나들며 진행되는 구성방식은 매끄럽게 페이지를 넘길 수 없는 방지턱역할을 했을 뿐 아니라 자칫, 자주 혼란스러움을 주었다.

주변의 인물, 상황, 사물에 대한 지나친 세부적 표현은 지루함을 참아내지 못하는 내게 사선읽기의 충동을 제시했다. (‘소설은 이런 속독을 발휘해도 된다.)

결국 나의 책 읽는 능력(재미를 벗어난 작품의 질적인 통찰력, 단순치 않은 작가의 의도, 논픽션적인 사실적이고 산문적인 내용의 수용력 등)의 한계를 실감한 계기가 된 셈이다.

 

2, 3부로 나뉘어진 <양철북>은 작가가 2차 세계대전 중 겪은 포로 생활, 농사, 석공일, 조각가, 도안가로서의 빈곤한 생활의 경험을 살린 익살과 현실 사회에 대한 비판을 직설적으로 폭로한 귄터 그라스의 대표적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주인공 오스카르는 어른들의 부정적인 세계에 반항하여 스스로 지하실에 떨어짐으로써 자신의 성자을 멈춘다. 그의 분신인 희색과 빨강색 페인트의 양철북의 두드림과 유리창을 깨뜨릴 수 있는 괴성의 초능력으로 세상을 거부하며 3살에 머물길 작정한다.(1)

 

2차 세계대전의 발발로 여러 직업을 떠돌며 아버지 마체라트의 죽음을 계기로 양철북을 묘지에 합장하는 의식을 행함으로써 성장을 시작해 성인으로써 정상적인 생활을 시도한다.(2)

 

정상보다 크게 보이는 머리는 두 어깨 사이의 굽은 듯한 목 위에 얹혀져 있어 꼽추라 불리기도 하는 주인공은 신장 1m23cm(후에 조금 더 자람), 몽상적인 푸른 눈, 숱이 많은 곱슬곱슬한 갈색 머리칼, 체구에 비래 강인해 보이는 두 팔과 아름다운 손, 더듬거리나마 쓰기는 가능하게 된 주인공 오스카르는 묘비조각가, 누드 모델, 북 연주자의 직업을 두루 거치며 일반인으로 살아가던 중 살인사건에 연루되어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된다.(3)

 

카슈바이의 감자밭, 적장의 치마 속으로 묘사되는 출생의 시작인 외할머니 안나 브론스키, 모친 아그네스와 부친 얀브론스기, 추정상의 아버지 마체라트와의 뒤얽힌 불륜의 사랑.

아들 쿠르트가 의붓동생일 가능성을 추측케하는 아내이자 연인 마리아와 아버지 마체라트와의 한낮의 정사 등으로 형성된 가족관계, 두 잔쟁이 사이의 또 주인공과 간호사와 외설적 설정, 혈연과 친지들의 죽음을 냉담하고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주인공을 통해 현실의 실체와 사회관을 풍자하려는 작가의 의도가 강하게 느껴진다.

 

작가에게는 우리에게 타성화되고, 익숙해있는 사회의 변화에 따라 어쩔 없이 변질될 수 밖에 없다고 당연시 되는 인간성에 대해 인식할 자극을 주고 경고할 책임감이 본능 같이 내재되어 있는가.

 

<양철북>은 내게 레퀴엠 같은 낮고 깊은 침묵과 같은 음률과 게오르규의 <24> 같은 잔상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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