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감이라는 환상이나 착각에 빠져 제어되지 않는 카드 사용의 사회적 구조를 불구덩이를 향해 굴러가는 차바퀴(火車)에 비유했다.

 

화려함이 우상시되고, 행복의 잣대로 여겨지는 물질 만능의 현대에서 자력으로 꿈을 이루어내거나 포기했던 예쩐의 단순함이 카드 사용(대출)으로 손쉽게 유혹을 받아들이게 되는 사회의 병폐를 젊은 여성의 미묘하고 세심한 심리를 바탕으로 쓰여진 미스터리.

 

아버지의 채권자들에게 시달리어 제대로의 삶을 살 수 없다고 판단한 신조 쿄고는 자신 아닌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기로 결심한다.

어머니가 사고로 죽고 혼자 남은 여성을 살해하여 샤키네 쇼코로 변신, 은행원과 약혼하여 새로운 미래를 꿈꾼다. 약혼자의 권유로 카드 발급을 받던 과정에서 신용불량자임이 밝혀져 샤키네 쇼코가 파산신청을 했던 과거를 자신의 과거로 오인- 자취를 감추면서 추리소설은 시작된다.

 

도망다니던 신조 교코는 기무라 고즈에를 다시 물색, 언니를 방화사고로 죽인 후 재도전 하려다 결국 새 인생 살기가 실패로 돌아간다.

 

한 인간의 금전적 신용도, 경제적 지위, 생활 습관 등이 압축된 신용카드!

다양한 색깔과 디자인으로 무지개처럼 점열되어 꽂혀져 있는 현대인의 지갑!

날렵한 손가락으로 뽑아든 카드와 두돌박이 우리 손녀딸의 크레용 낙서같은 사인!

 

나는 우리딸 이름으로 발급된 카드 한 장이 있다.

5만원 이하는 사인이 필요 없고, 5만원 이상은 쓸일이 없으니 사실상 사용할 일이 없다. 멋진 사인도 필요 없다. 지폐와 동전을 헤아릴 때의 다른 이들의 의아한 시선, 계싼원의 잠시 동작 멈춤이 어색해 가끔 카드를 사용한다.

나는 지갑을 열면 우리 손녀딸 사진, 주민등록증, 포인트 카드 3(홈플러스, 이마트, 우리마트)만 얌전히 수줍은 듯 깊숙이 꽂혀있고..... 가끔 난 민망하기도 하다.

 

이런 세상을 살아가는 독자들은 물론 작가도 신조 쿄코를 단죄할 수가 없다. 타인의 인생을 살아가려했던 큰 대가를 비난하기 보다 동정하고 싶은 모순된 감정을 독자에게 이끌어내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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