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작가의 작품 <붉은 손가락>에 등장하는 그의 연속 캐릭터인 담당형사 가가 교이치로의 영웅적 활약이 죽은 자의 억울함과 독자의 석연찮음을 풀어주는 역할로 스토리만큼 관심을 집중케 한다.

 

피살자 히다카 구니히코를 중심으로 살인자 노노구치 오사무와 형사 가가 교이치로가 번갈아 수기를 쓰는 형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방식 또한 이색적이다.

 

같은 작가의 길을 걸으며 자신에게 도움을 주는 친구 히다카에게 노노구치 오사무는 젊은 날 그저 이유없이 막연히 느껴지는 감정 악의로 인해 온갖 악행을 저질렀던 과거가 목의 가시처럼 스스로를 압박한다.

악의의 감정은 피해자보다 성인이 된 후에도 여전히 남아있는 가해자에게 세상에서 지워버리고 싶은 존재인 친구를 살해하는 동기가 된다.

 

친구를 자신의 소설 표절작가로, 친구의 죽은 아내와의 불륜을 계획적으로 꾸며 자신을 살해하려 하다는 음모를 조작하며 변명할 수 없는 죽은 자를 이용해 살인의 합리화와 자신에 대한 세상의 동정심을 유발시킨다.

자신이 암 진단을 받은 후 살인을 강행함으로써 사실이 밝혀짐과 동시에 치료를 위한 가석방을 노리는 교묘함과 치밀함이 범인의 치졸한 악의에 대한 감정과 상통된다. 이러한 인간의 숨겨진 감정을 드러낸 점이 작가를 돋보이게 한다.

 

주는 것 없이 밉다라는 말이 그 악의에 해당되는 감정일까. 폭행을 가하는 자의 상대에 대한 그냥 싫어서”. 비이성적이나 인간에게 반드시 내재되어 있는 감정.

작가는 이유가 없으니 대처할 방법이 없는 악의라는 감정을 지나쳐버리지 않고 문제화시키고 있는 인간적인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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