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망원경을 보면서 작은 깃발 하나를 흔들다가 갑자기 얼굴이 환해지더니 미소를 지었다. 우리는 코지모 형이 어머니에게 응답했음을 알게 되었다. 어떻게 했는지는 잘 모르지만 아마 모자를 흔들거나 나뭇가지를 흔들었을 것이다. 그때부터 어머니는 분명희 변했고 이제 더 이상 예전의 불안감은 찾아볼 수 없었다. 만약 애정이 담긴 평범한 생활을 잃어버린 너무나 이상한 아들 때문에 세상의 어머니들과는 다른 운명을 살아야 한다 하더라도 어머니는 우리 중의 그 누구보다도 먼저 코지모 평의 기이한 행동을 받아들였을 것이다. 그리고 언제라고 예측할 수는 없지만 가끔씩 나무 위에서 보내는 그 인사, 형과 나누는 소리 없는 메시지들을 그 대가로 생각했을 것이다.
- P71

코지모 형이 어머니에게 인사를 보냈을 때도 우리 어머니가 형이 도피 생활을 끝내고 우리에게 돌아올 준비를 하고 있을 거라는 환상을 갖지 않은 게 정말 이상했다. 어머니와는 반대로 우리 아버지는 그런 환상을 끊임없이 품었고, 코지모 형과 관계된 아주 사소한 일만 있어도 아버지는 기대를 했다. "아, 그래! 봤소? 돌아올 거래?" 코지모 형과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어머니는 어떤 행동을 하든 형을 받아들일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인 것 같았다. 어쩌면 어머니 스스로가 이 사태에 대해 납득해 보려고 애쓰지 않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 P71

토지모 형이 재빨리 고양이에게 덤벼들어 야옹거리고 있는 고양이의 배에 검을 찔렀다. (...) 형은 아픔과 승리릐 기쁨 때문에 소리를 질렀다.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한 채, 생전 처음 승리한 사람, 그리고 이제 승리한다는 것이 얼마나 괴로운지 아는 사람, 이제는 자신이 선택한 길을 계속 걸어갈 수밖에 없으며 실패한 사람이 가질 수 있는 도피처를 자신은 가질 수 없다는 것을 안 사람의 절망에 사로잡혀 나뭇가지와 단검과 고양이의 시체를 꽉 붙들고 있었다.
- P90

반면 그 밑에 있는 우리들의 세상은 평평했으며 우리는 균형이 맞지 않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형이 나무 위에서 알게 된 것들과 나무가 몸통 내부에 나이테를 나타내는 원을 만들기 위해 세포 조직을 응축시티는 소리, 곰팡이가 산 너머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함께 실려 온 먼지와 섞여 점점 커지는 소리, 둥지 안에서 잠자던 새들이 몸을 떨며 깃털이 제일 부드러운 날갯죽지에 머리를 쑤셔 넣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나비 유충이 깨어나는 소리와 때까치 알이 깨지는 소리를 들으며 매일 밤을 보내는 형에 관해 우리는 아는 게 하나도 없었다.
- P124

해가 뜬 맑은 날이었다. 코지모 형은 나무 위에서 큰 그릇을 들고 비눗방울을 만들어 방 안으로, 환자의 침대 쪽으로 붙었다. 엄마는 방 안에 가득 날아다니는 그 무지갯빛 방울을 보고 말했다. "오, 너희들 무슨 장난을 하는 거니!" 우리가 어린아이였고, 언제나 쓸더없고 유치하기만 하던 놀이를 엄마가 금지하던 그 옛날 같았다. 하지만 이제 어머니도 아마 처음으로 우리의 놀이가 즐거우셨을 것이다. 비눗 방울이 엄마의 얼굴에까지 내려앉자 엄마는 후하고 불어 방울을 터뜨렸고 웃으셨다. 방울 하나가 엄마의 입술 위까지 날아갔는데 터지지 않고 그냥 그대로 있었다. 우리는 엄마에게 몸을 숙였다. 코지모 형은 그릇을 떨어뜨렸다. 어머니는 돌아가셨다.
- P250

멋진 노트가 만들어지자 코지모 형은 그 노트에 ‘불평과 만족 노트‘라는 제목을 붙였다. 하지만 노트가 다 채워졌을 때에도 그것을 보낼 집회가 없었다. 그래서 그 노트는 끈으로 나무에 묶인 채 그대로 매달려 있었고 비가 오면 글씨가 지워지고 비에 젖었다. 그 모습은 해결되지 못하고 그대로 남아 있는 가난을 상징하듯 옴브로사 사람들의 마음을 조여놓았고 변화의 열망을 가슴 가득 심어놓았다.
- P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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