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작품 속에서 단편적으로나마 짐작했던 가족사를 소설의 형식을 빌리기는 했으나 세상에 당당하게 내보일 수 있었던 것은 그녀의 도도함과 자부심이 한 몫을 했겠으나, ‘성이 다른 세 남매를 키우는 싱글맘이라는 새로운 구성의 가족이 용납되고 이해될 만큼 세상이 변했음을 의미하는 것이리라.

 

9살 큰딸이 아버지의 결혼식장에서 <즐거운 나의 집>을 연주하며 언젠가는 아버지를 떠나게 되리라는 예견을 하는 것으로부터 소설은 시작된다.

 

19살의 조숙한 딸 위녕의 시점에서 본, 평범치 않은 삶을 극히 너무나도 평범하게 살아가는 좌충우돌, 눈물 많고 외로움과 두려움에 쉽게 노출되는 엄마를 그려내는 소설.

 

수험생 딸보다도 더 밀린 글에 짜증을 내고, 엄살을 떨어대는 엄마는 베스트셀러 작가이면서 결코 돈으로부터 자유로운 것 같지 않다.

자타가 공인하는 페미니스트 엄마는 뒤틀리고 부서진 인생으로 보이는 사회의 시선에 자주 주눅이 들고 약한 모습을 자식들에게 쉽게 들킨다.

교육정책을 비판하며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를 외치는 엄마도 공부의 중요성을 강요할 때는 어처구니없는 비논리적인 수선을 떨어대는 학부모일 뿐이다.

 

세자식들이 제각기 자신의 아빠를 만나기 위해 집을 나서는 묘한 풍경도 삶의 한 부분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가족의 운명. 아버지의 죽음을 맞는 둘째와 함께 가슴 아파하는 가족애도 뜨겁게 그려져 있다.

 

논픽션과 픽션을 넘나들며 가족의 다친 자존심을 챙기는 공지영은 역시 유능한 소설가이다.

 

그녀가 새기고 있는 묘비명 :

내 열렬히 사랑하고, 열렬히 상처받았으며, 열렬히 슬퍼했으나, 이 모든 것을 열렬한 삶의 일부로 받아들였으니 이제 좀 쉬고 싶을 뿐.”

 

그녀의 열렬하고 치열한 삶은 뜨거운 사랑에서 출발했음을 이 소설에서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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