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과 경찰의 숨바꼭질의 틀을 벗어나 완벽한 수사의 과정을 예측한 대응을 마련하는 천재 수학자와 이를 파헤치는 대학 동창 천재 물리학자의 두뇌게임. 또 살인의 동기가 자신의 이기적인 욕심이 아닌 은밀한 사랑을 완벽하게 지키기 위해 의미 없는 또 다른 살인을 저지르는 설정, 범인의 자백만이 유일한 증거가 되는 완전범죄의 형식이 이 소설의 읽는 맛이다.

 

진범이 둘인 두 건의 살인사건을 교묘히 접목하여 하나의 살인사건으로 만들어 사랑하는 여인의 범행이 감추어지도록 하는 천재성이 놀랍고, 새롭다.

 

수줍고, 삶의 별다른 의미가 없던 수학교사 이시가미는 옆방에 이사 온 모녀 하나오카 야스코와 딸 미하토를 보는 순간 뜻밖의 삶의 열정을 느낀다.

야스코는 폭력을 휘두르는 불성실한 전 남편 도미가시의 괴롭힘을 당하는 중 순간적인 살인을 저지르게 된다. 이를 알게된 이시가미는 다음날 모녀에게 완벽한 알리바이를 만드는 동안 노숙자를 죽여 신원을 도미가시로 착각하게 한다.

수사관들이 흔히 빠지는 선입견의 맹점을 이용해 수사를 자신의 의도대로 이끌어 간다. 독자의 자신도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읽고서야 사건의 전말을 알게되는 오랜만에 읽었던 추리소설이었다.

 

이시가미는 누군가의 살인을 저지른 이유로 모녀의 살인을 함께 짊어질 계획에 자백을 한다. 그가 진정으로 원했던 것은, 진정으로 그의 사랑하는 방식은 야스코를 안전하게 지켜주는 것이었으므로.

그러나 야스코 역시 양심의 가책으로 범행을 자백하는 순간, 순진한 남자의 짐승같은 울음이 터진다.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순간, 그의 사랑도 이룰 수 없게 되어 나온 허탈한 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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