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을 찾는 사람들이 말하는 남아의 효용에는 실체가 없다. ‘든든하다‘ ‘대를 잇는다‘ 같은 정신적 만족감은 남아의 출생과 동시에 충족된다. 즉, 남아는 존재만으로도 목적을 달성한다. 그러나 여아 선호 시대의 부모들은 열심히 계산기를 두드린다. 딸을 찾는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갖고 싶은 딸‘에 관한 구체적인 서사가 있다. 태어나서는 키우기 편하고, 어려서는 눈을 즐겁게 하고, 자라서는 가사노동에 손을 더하고, 머리가 굵어서는 부고의 말동무가 되고, 죽기 전까지 간병을 책임지는, 예나 지금이나 그대로인 그 ‘좋은 딸‘의 심상 말이다.

(우리 ‘탈가정‘ 할 수 있을까 中)

- P28

여자들의 고민은 상비, 하뚱, 부유방, 승모근, 승마살, 엉밑살, 셀룰라이트 등 디테일한 영역으로 가지를 뻗었고, 모두가 거슬리는 근육이나 지방 덩어리만 부분적으로 감량하는 꿈을 꾸었다. 여성 신체의 파편화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 이상향이 실현될 가능성은 낮아지고, 현실의 몸을 감시하기는 수월해졌다는 것이다. 여성들은 여성의 육체를 더 꼼꼼히 혐오할 수 있게 되었다.

(코르셋 밖으로 中)

- P55

형님이 거부한 전통적 며느리 문화를 계승할 사람, 아들이 미혼 시절 소홀히 했던 효도를 대리 수행해줄 사람, 집 나간 시어머니 대신 시아버지에게 밥을 차려줄 사람이 외어달라는 다각도의 요청이 불쑥불쑥 민사린을 옭아맨다. 문제는 며느리가 ‘화목한 가족‘ 판타지를 완성할 최후의 조각으로 여겨질 때, 며느리의 고유한 인격은 박박 문질러 없애야 할 이물질로 취급된다는 것이다.

(맘카페에서나 하라던 이야기 中)

- P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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