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한편으로는 내가 아버지의 손을밀쳐낸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떨쳐낼 수 없었다. (...)
하지만 나는 이 작은 사건의 진상을 고민하는 일에서 마침내 해방될 수 있었다. 이 해방은 예고도 없이 문득 나에게 찾아왔다. 아버지도 무덤 안에서 당사자들 외에는 아무도 모르는 미묘한 접촉의 의미를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싶었을 때 나는 갑자기 자유로워지는 듯했다. 아버지도 저세상에서 작은 물고기가 꿈틀하던 느낌을 두고 생각에 잠겨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처음으로 아버지 생전에 느끼지 못했던 자식으로서의 자의식을 느꼈다. 새삼스레 나는 아버지의 자식이며 아버지는 내 아버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꽃나무 아래서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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