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재미있고, 가끔씩 뜨끔뜨끔 양심이 찔리기도 하고, 그 누군가와의 찜찜했던 감정의 해답을 찾은 듯도 하며, 명확히 밝혀낼 수 없었던 가슴 밑바닥의 그 무엇이 그의 말 한마디로 끌어 올려졌을 때의 전율. 여전하다.

한편으론 인간의 속내를 들여다보는, 꼬투리 잡힌 약점을 여지없이 몰아쳐대는 할머니가 얄밉기도 하다.

 

이 작품에 그려진 중년을 훨씬 넘은 이들의 절절한 아픔은 세상을 살아낸 이만이 비껴가고, 넘겨 갈 수 있는 포용력과 넉넉함을 드러내고 있다.

 

나도 늙지도 젊지도 않은 나이가 되었다. 공감되는 부분도 있고, 새겨둬야 할 문구도 있다.

후덕하게 늙고 싶음은 바람이고, 축복이다.

 

그리움을 위하여 : 집안 살림을 맡아 해주던 사촌 언니가 재혼을 하며 떠나자 서운하고 원망하는 마음을 결국 그리움으로 인식하게 된다. 증오도 애정의 한자락이라는 말이 옳다.

 

그 남자네 집 : 젊은 시절 애정의 감정을 나누었던 그 남자네 집을 노년이 되어 찾아 회상하는 박완서의 논픽션

 

마흔 아홉 살 : 카타리나는 우연히 친구들이 자신을 이중적 성격자라는 험담을 나누는 말을 듣게 된다. 봉사를 헌신적으로 하는 이면엔 시아버님 팬티를 집게로 집어 세탁기에 집어넣는 엽기적인 행동이 있었다는 것이 그 이유. 친구가 결론을 내린다. “모든 인간관계 속엔 위선이 불가피하게 개입하게 되어있으며 꼭 필요한 윤활유라는 것.

 

후남아, 밥 먹어라 : 미국으로 시집간 후남이 중년이 되어 자신이 그리워하던 형체가 형제임을 알게된다. 아들을 기다리던 부모의 마음이 담긴 후남아~”는 밥이나 제대로 먹는 게 소원이었던 시절의 후렴.

 

거저나 마찬가지지 : 선배의 집을 거저나 마찬가지인 500의 전세에 살면서, 점차 주변으로부터 막일꾼, 별장지기로 전락해가는 모습이 부리는 사람, 당하는 사람이 거저나 마찬가지라는 말 끝에 자연스럽게 그려진다. 자신의 삶은 자신이 감시(?) 관리(?)해야 하겠단 섬찟한 느낌을 갖게 한다.

 

촛불 밝힌 식탁 : 부모와 결혼한 자식 간의 결코 허물 수 없는 벽. 아버지는 운명에 순응하고 변한 세상을 기품있게 받아들인다.

 

대범한 밥상 : 비행기 추락사고로 딸을 잃은 경실이와 아들을 잃은 사돈이 손주들의 매달림에 부부의 모양새로 살아가는 웃지 못할 이야기. 남에게는 있을 수 없는 웃기는 일이 그들에게는 여지없이 자연스러운 일상이 될 수 밖에 없었던 인생의 아이러니.

 

친절한 복희씨 : 식모살이로 있던 상처한 집주인의 강간으로 부부가 된 복희. 중풍을 앓는 늙은 남편을 간호하며 지난날의 남편으로부터 받은 상처를 보상받고, 스스로 치유함을 즐기는 인간 심리가 예리하게 묘사되어 있다.

 

그래도 해피엔딩 : 내게 어쩐지 익숙하게 느껴지는 이야기. 교외에 나가 살게 된 여인이 서울 동창회에 나가며 내리막길, 버스, 전철에서 겪는 에피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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