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을 쥔 이순신의 생애(칼의 노래)와 함께 가야금을 켜는 우륵을 묘사하면서 치열하게 혹은 순하디 순하게 살아간 먼 조상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역사는 그의 섬세한 펜 끝에서 흙, 바람, 햇빛, 강물, 숲이 그려지면서 풀어 헤쳐지고 있다.

 

주인공을 옮겨 적으며 그의 글을 영상화해본다. 물론 가상의 인물이며, 가상의 지명일게다.

 

우륵과 제자 니문 : 가야의 악사로서 금을 타고, 춤으로 불려 다니며 연명한다. 가야가 망하자 신라로 들어가 진흥왕의 명을 받아 신라에 가야금의 소리를 전한다.

 

야로와 야적 부자 : 가야의 대장장이. 병자기를 만들어 신라로 빼돌리며 살길을 도모한다. 그러나 귀순 즉시 자신이 만든 반달도끼로 죽임을 당한다.

 

아라 : 왕의 젊은 시녀. 순장을 피해 궁을 탈출. 야로의 도움으로 고을을 떠나 니문과 부부의 연을 맺는다. 태자는 순장을 금한다는 유언을 했으나 군사의 눈에 띈 아라는 이미 선왕의 사람이라는 이유로 홀로 순장된다.

 

비화 : 우륵의 여자로 니문이 집을 비운 사이 뱀에 물려 죽는다.

 

가야의 고을 이름은 아름다운 생각에 기록하여 둔다. 물혜, 달기, 다로, 가물, 알터, 바람터, 노루목.

 

쇠는 주인이 따로 없으니 병장기를 쥐고 있는 이가 주인이라던, 살기 위해 적국의 주인에게 무기를 쥐어줌으로써 죽음을 면할 수 밖에 없었는가.

 

소리는 주인이 있을 수 없어 흘러가다가 살아있는 동안 들은 자만이 오롯이 주인이기에 우륵은 소리를 가벼이 흘려보낸 것인가.

 

죽은 왕을 따라 구덩이로 들어가는 순장자들의 고요한 죽음.

가을바람에 풍화되어가는 갈대처럼 서로 몸을 부비며 쓰다듬다가 사그러들듯이 죽음을 맞이하던 서럽고 고단했으나 순하고 부드러웠던 가야인의 삶.

 

어둡고, 무겁고, 습기 찬 가야의 세월을 더듬어 보고나니 오히려 가볍고, 여리고, 무심한 세상살이를 살아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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