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작가 이강빈씨와 자전거로 산천을 돌며 써내려간 수필.

 

우리나라의 산하 구석, 그 산하에 뿌려진 삶, 그 삶을 살아내는 사람들, 그들에 의해서 만들어진 역사와 흔적이 그려있다.

그의 자전거 두 바퀴가 들길, 산길, 강변의 길을 달릴 때 시간과 공간이 포개져 있고,

과거와 미래, 살 길과 죽을 길, 꿈과 현실, 절박한 긴장과 노곤한 휴식이 앞치락 뒤치락 거리며 일상을 채워나가는 것이었다.

강이 산을 살짝 굽이쳐 흐르고, 산은 슬며시 강에게 자리를 내주듯 기쁨과 슬픔은 서로를 밀쳐내는 게 아니라 내 몸안에서 서로를 부등켜 안는다 한다.

 

생뚱맞게도 웃고 있는 자와 울고 있는 자에게 똑같이 따뜻한 가을빛이 쏟아지는 것은 공평일까, 우롱일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유흥준의 <문화유산답사기>가 역사와 문화가 먼 조상의 흔적을 현실 속으로 가까이 끌어 당겨준 기행문이었다면, 정끝별의 <여운(旅雲)>은 손수 샷터를 눌러댄 풍경과 재치스럽게 지인들의 아름다운 싯귀를 들이대며 마치 빨강머리 앤이 사랑스럽게 조잘대듯 써내려간 산문집으로 기억된다.

 

이 책은 때때로 지적 뇌의 움직임이 필요할 정도의 전문적, 이념적 용어가 읽어내려가던 눈길을 되돌리게도 한다. 낙범이는 이 작가를 합리적 보수주의라고 하던데, 그래서 남편과 잘 맞을거라고(?).

 

싫다고 밀쳐내고, 좋다고 억지로 가슴에 품으려 들기보다 함께 출렁거리며 앞으로 나가는 것이 알맞은 인생길.

 

걷든, 자전거를 타든, 자동차로 이동하든,

하동의 재첩국, 안동 간고등어, 충무 김밥, 의정부 부대찌개, 나주 곰탕... 이런 거 먹으면서 여행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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