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생일날 큰 올케가 선물로 주었다.
우연히, 혹은 늘 곁에 있었으나 어떤 계기가 되어 다시금 가슴에 와 닿아 떠나지 않고 날 지탱케 해주는 글이나 문장, 말들이 있다.
잠시나마 이들의 가슴앓이를 보듬어준 말들에 동참해본 경험이다.
여러 좋은 글귀중 장영희 시인이 소개한 에밀리 디킨슨의 시 한 편을 남겨둔다.
(제목도 없었으므로 장영희 씨가 붙였단다)
만약 내가
아픈 마음 하나 달랠 수 있다면
나 헛되이 사는 것 아니리
한 생명의 아픔 덜어줄 수 있거나
괴로움 하나 달랠 수 있다면
기진맥진 지친 울새 한 마리
둥지에 다시 넣어줄 수 있다면
나 헛되이 사는 것 아니리
내가 좋아하는 시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걸어보지 못한 길)」도 여러 차례 거론되어 반가웠다.
단풍든 숲속에 두 갈래 길이 있더군요
몸이 하나니 두 길을 다 가볼 수는 없어
나는 서운한 마음으로 한참 서서
잣나무 숲속으로 접어든 한쪽 길을
끝 간 데까지 바라다보았습니다.
그러다가 하나의 길을 택했습니다.
먼저 길과 똑같이 아름답고 아마 더 나은 듯했지요.
풀이 더 무성하고 사람을 부르는 듯했으니까요.
사람이 밟은 흔적은 먼저 길과 비슷하기는 했지만
서리 내린 낙엽 위에는 아무 발자욱도 없고
두 길을 그날 아침 똑같이 놓여 있었습니다.
아! 다른 길은 다른 날 걸어보리라 했지요.
인생길이 어떤지 알고 있으니
다시 오기는 어려우리라 여기면서도
오랜 세월이 흐른 다음
나는 한숨지으며 이야기하겠지요.
두 갈래 길이 숲 속에 나 있었다.
그래서 나는 사람이 덜 밟은 길을 택했고
그건 아주 중대한 일이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