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브레인>은 재미있게 잘 봤고, 아는 내용도 있었지만, 새로운 내용도 있었다. 최근 뇌과학은 인간을 점점 초라하게 만드는 것 같다. 하지만 과학이란 원래 진실에 대해 탐구하는 것이라, 어쩌면 인간이 실제 그런 존재라 한들 어쩔수 없는게 아닌가 요즘은 그런 생각이 든다.
<시스터 액트>는 우리집 꼬맹이가 유튜브에서 <오 해피데이> 동영상을 보고선 이 영화를 보고싶다길래 빌려다 보여주었다. 나도 예전에 재미있게 봤던 기억이 있어서 같이 보면서 추억 소환! 알고보니 93년작, 그러니까 중학교때 봤던 영화네.
그런데 한참을 봐도 우리가 기다리던 그 음악은 나오지 않았다. 나 이 노래로 고등학교 축제때 중창단에서 노래도 불렀었는데.ㅎㅎㅎ
알고보니 이 노래는 <시스터 액트 2>에 나오는 곡이라고... 검색해보니 <시스터액트>는 후속편이 더 좋은 몇 안되는 영화 중 하나라는 평이다. 도서관에 <시스터액트2>가 없어서 볼수가 없었다. 어디서 따로 구해다 봐야 겠다. 그래도 꼬맹이는 재미있게 보았다. 아주 취향저격이였다.
나에게 이번 주의 취.저라면(애들은 취향저격을 이렇게 줄여 부르더라.) 바로 <첫사랑, 마지막 의식>이었다.
영화 <어톤먼트>는 상당히 인상적으로 보았지만, 영화의 원작자인 이언 매큐언은 알지 못했다. 그러다 어느 책에서의 추천으로 이언 매큐언의 소설집 <첫사랑, 마지막 의식>을 읽게 되었다. 나는 어째서 그를 이제야 알게 되었나. 세상엔 읽어두면 좋음직한 소설들은 어째서 이렇게나 많으며 천부적인 재능을 갖춘 작가들은 이렇게나 무궁무진하게 많은 것일까. 가끔은 내가 알아야할, 읽어야할 글들을 다 못읽고 죽을까 두렵다. 아니, 어찌되든 그렇게 될 것이니, 그것들을 남겨두고 의연히 떠나지 못할까 두렵다. 걸작의 탄생을 이루지 못해 생을 붙잡는 추잡함에 대해선 읽어봤어도, 채 읽지 못한 것에 대한 욕망 때문에 생을 놓지 못하는 보잘 것 없음이라니.
여하튼 과연 ‘학교 선생처럼 생긴 사람이 글은 악마처럼 쓴다’는 평에 걸맞게 이언 매큐언의 소설집 <첫사랑, 마지막 의식>의 단편들은 모두 매혹적이고, 다채롭다. 단편이란 것이 이렇게 흥미진진하기 어려운 법이라, 나는 소설집에는 손을 대지 않는 편인데, 이런 소설집이라면 몇권이고 읽을 것 같다. 그중 특히 마음에 드는 것은 <입체기하학>과 <벽장 속 남자와의 대화>였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순간이 아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