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살짜리 화자 짱아가 집 식모인 봉순이 언니를 통해 사회를 알아가며, 성숙해가는 과정을 그린 소설이다.

 

눈부신 경제발전의 시대인 60, 70년대 아현동, 신촌 일대를 배경으로 성장해 독립의 나이에 이르면서 어머니이며, 친구, 자신의 분신이었던 봉순이를 떨쳐내는 과정이 반성 어린, 인간적인 모습으로 편하게 쓰여졌다.

 

벚꽃 핀 창경원에서 부모, 친척에게 버려져 짱이와의 인연은 시작된다.

 

동네 세탁소의 건달 총각 병식이와의 도망이 그녀 삶의 잘못 끼워진 첫 단추. 가난한 집에 시집 가 사별 등 닥치는 애환을 그녀의 방식으로 개척해가며 아버지가 제각기인 자식 젯을 두고, 50세에 이르며 또 다른 남자와 인생살이를 시작하는 마지막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끈질긴 새길 찾기.

 

그녀가 모든 것을 놓고, 절망과 포기를 택했다면......

자유로운 현실 속에서 시간에 모든 걸 맡기려는 무책임이 오히려 잘못 끼워진 단추를 바로 보게 하지 않았을까?

그녀의 모험을 동반한 새 인생살이를 긍정적인 사고로 보아야 하는지.

 

자신을 굳게 맏고, 자신만을 의지할 수 밖에 없었던 그녀는 늘 무언가를 선택해야겠고, 조절했고, 헛됨을 깨달았을 때 씨익 웃어버리고, 또 서둘러 다른 운명에 쉬임 없이 도전하고.

 

나에게도 떠오르는 이들이 있다.

짱아의 나이였을 때 원서동에서의 계숙이 언니, 명태찌개의 눈알을 숟가락 뒤끝으로 콕 파먹던 통통하고 여드름 투성이의 꼬마 기순, 지금 내 나이쯤에 가정을 꾸리겠다고 나간 누룽지를 얇게 잘 구워냈던 할머니(지금 우리 아들의 나이에 나는 내 나이의 그녀를 그렇게 불렀다.), 틈틈이 수학원리을 펴들고 있었던 검정고시 지망생 최순정.

 

30년의 세월이 우리에게 말해준다.

찬바람에 구르는 낙엽같이 허무해도, 밭두렁에 박힌 돌같이 적적해도 내가 나를 어찌해 볼수 없다는 것. 그녀도 어쩔 수 없었던 게다. 정지된 자신이 두렵고, 가슴 저려 달리고 또 달리기를 택했던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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