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로써 이윤기씨의 그리스 로마 신화 3권을 모두 읽은 셈이 된다.

 

1, 2권은 지상과 천상을 넘나드는 신들의 정사가 흥미로웠고, 인간적으로 묘사된 그들이 자취가 남긴 이 시대에 침투되어있는 영향력(신들의 이름에서 파생되어 나온 영어의 어휘, 신들에게서 느껴지는 의혹이나 엉뚱함마저도 우리에겐 끊임없이 매력이나 유혹으로 가까이 와 있다.)이 상당한 탓에 지적 충족을 위해 헷갈리며 혼동해가며 읽어내려갔다.

 

3권을 접하고 비로소 저자가 신화에 집착하는 이유를 알게 되었고 독자에게 무얼 말하고자 하는가 이해할 것 같았다.

 

저자가 원하는 이 책의 본래 제목은 아리아드네의 실꾸리였다고 한다. 너무 어렵다는 출판사의 권유로 포기했지만 아직 역시 실꾸리는 그가 간직하고 싶어하는 삶의 진실이 아닌지......

들어가면 되돌아 나올 수 없는 미궁으로 들어가는 테세우스 왕자에게 아리아드네 공주가 건네준 실꾸리. 그렇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제 나름대로의 어려움을 극복해나가는 자신만의 실꾸리.

아무런 종교도 갖지 않은 저자는 모든 종교의 근원이자 세상살이의 근본을 담고 있는 옛사람들의 신화를 그의 실꾸리로 삼고 싶었음이리라.

 

사람이 만들어 낸 신들의 이야기. 그들은 알았고 그 앎이 바로 지혜였다. 인간에게 사랑받는 이들이 신들의 사랑과 축복도 받는다는 사실을. 이웃에게 한 약속이 신에게 한 약속이라는 것을.

신들은 앎이나 겨루어 볼 상대가 아니라 믿음이며, 한 가닥의 실꾸리 자체라는 것을 3권을 읽으며, 마음이 가장 시렸던 이 겨울을 인내하며 절실히 깨닫게 되었다.

 

저자가 삶의 스승으로 삼는다는 시 한수. 마음 깊숙한 곳에 던져주는 선배의 한마디 충고 같다.

 

The way it is (삶이란 어떤 것이냐 하면)

By 윌리엄 스탠포드

 

그대가 붙잡고 따라가는 하가닥 실이 있다.

시시때때로 변하는 것들 사이를 지나면서도

이 실은 변하지 않아

그대가 무엇을 따라가는지 모두 궁금해하니

그대, 이 실이 무엇인지 설명해야겠네.

하지만 사람들 눈에는 이 실이 보이지 않아.

사람들 눈에는 보이지 않아도

이걸 잡고있는 한, 길 잃을 염려는 없지.

슬픈 일들은 일어나게 마련이어서

사람들은 다치기도 하고 죽어가기도 한다

그대 역시 고통 속에서 나이를 먹어가겠지

세월이 펼치는 것은 그대도 막을 수 없으니

오로지 실만은 꼭 붙잡되 놓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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