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 반 만에 이 저자를 만나게 되어 반갑고 설레는 맘으로 표지를 들추었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읽고 작가로서가 아닌 한 인간 신영복에 대해 오랜도안 가슴에 새겨두었다.

20년 넘는 수감생활을 자신의 귀한 생의 일부로 받아들이면서 따뜻한 시선으로 주위를 감싸안으며 살아가는 그의 지적인 고뇌의 시간들에 아픔과 감동을 느꼈다.

언젠가 문교부 장관의 후임자 명단에서 이름을 발견했을 때의 놀라움과 기대감이란...... 그러나 우리 사회가 그를 교육자로써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을 것이라는 점, 또 오히려 혼란을 줄 우려가 있을 것이라는 직감이 들었다. 이해찬씨가 발탁되었다.

 

그가 어찌할 수 없었던 시간과 공간의 제약 속에서 자신을 단련시킴으로써 축적된 해박한 지식과 깊은 명상, 통찰로 여과된 사고가 늘 아깝고 아쉬웠는데 그간 사회에서 굳건한 지식인으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었다.

더불어숲은 그가 남미, 유럽을 여행하면서 관광객으로서의 시선을 뛰어넘어 저편의 그늘지고 숨겨진 내면을 서간체 식으로 써 내려간 것이다. 자기 성찰을 솔직한 경어체로 적음으로써 읽는 이로 하여금 고맙고, 따뜻한 편지를 받아보는 느낌이 이 책의 또 다른 재미다.

 

통상적이고 객관적인 지나침이 아닌 역사의 또 다른 일면을 보여주는 신선한 충격과 비판적 의식이 나의 무지와 무심에 강한 자극을 남기기도 했다.

그러나 지나친 회의와 교조적인 눈으로 대상을 관찰하는 건 아닌가 하는 염려도 따랐다.

그가 통일 혁명당 사건에 연루되었다는 내 선입관 때문일까?

, 자본주의, 개인적 욕망, 산업화시대의 경쟁력, 약육강식에 지나친 가슴앓이를 앓고 있음이 내게는 안타갑게 느껴지기조차 했다.

 

그가 후기에 남겨놓은 오늘의 곤경이 비록 우리들이 그동안 이룩해놓은 크고 작은 달성을 여지없이 무너뜨린다 하더라도 다만 통절한 깨달음 하나만이라도 일으켜 세울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 글은 대전 오피스텔에서 두렵고 망막한 마음을 추스르는 동안 쓴다. 작가가 내게 어떤 깨달음을 요구하는 것일까. 내가 동정을 느끼던 남의 상처가 내 아픔이 되었을 때 치유되어가는 과정을 진지하게 바라보고 그조차 애정 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게 되는 것일까. 구입해서 보관해 다시 읽고 싶은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