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노력하게. 자네가 한 약속이니 반드시 지켜야하네. 하느님이 과연 나의 기도를 들어주실까, 혹은 내가 상상하는 하느님이 도대체 존재하는 것일까 하는 따위의 생각에 골몰해서는 안 되네. 나의 노력이 유치한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할 필요도 없어. 우리가 기도를 바치는 그 분에 비하면 우리의 모든 행동은 유치하게 마련일세. 묵상을 하는 동안에는 이런 터무니없는 유치한 생각일랑 완전히 금해야하네. 주기도문과 성모 찬송을 입으로 외면서 그 말씀의 뜻을 깊이 새겨 스스로 충만해지도록 해야하네. 가령 노래를 부르거나 류트를 연주할 때 어떤 딴 생각이나 사변을 좇지 않고 음 하나하나와 손가락 놀림 하나하나도 최대한 순수하고 완벽하게 표현하려고 애쓰듯이 말일세. 노래를 부르는 동안에는 이 노래가 쓸모있을까 하는 생각은 하지 않고 노래에만 열중하는 법이지. 기도도 바로 그렇게 해야하네. (제18장, 139p.)

그는 친구에게 눈으로 작별을 고하고 있었다. 그리고 고개를 가로저으려는 듯한 동작을 취하면서 이렇게 속삭였다. ‘그런데, 나르치스, 자네는 나중에 어떻게 죽음을 맞이할 작정인가? 자네한테는 어머니도 없잖아? 어머니가 없이는 사랑을 할 수 없는 법일세. 어머니가 안 계시면 죽을 수도 없어‘
그 뒤에 중얼거린 내용은 더 이상 알아들을 수 없었다. 마지막 이틀 동안 나르치스는 밤낮없이 친구의 병상에 붙어 앉아 친구의 생명이 사그라드는 것을 지켜보았다. 골드문트의 마지막 말은 그의 가슴속에서 불처럼 타올랐다. (제20장, 177~478p.)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