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중의 야사는 스릴과 상상력을 동원하여 역사에 관심을 갖도록 해주는 매력이 있다. 조정과 관직의 양반들이 대화에 인용하는 중국의 시경, 서경, 주역 등이 거론되어 고대 중국과 조선시대 그리고 현대를 넘나드는 소설로도 읽혀진다.

 

우선 이 소설의 배경을 본다.

1762. 5. 21. 엿새동안 뒤주에 갇혀 울부짖던 사도세자 숨을 거두다.

1764. 9. 12. 영조 채제공을 불러 사도세자를 애도하는 시를 감추게하다.

1793. 8. 11. 채제공이 영조의 시를 공개하고 정조에게 사도세자의 원한을 갚을 것을 청하다.

1806. 6. 28. 갑작스런 병을 정조 승하하시다.(48)

 

영조의 시를 발견해 노론을 거세하려는, 그 시대의 영조를 부추겨 사도세자를 죽음으로 몰고 간 남인과의 쫓고 쫓기는 하루 간의 이야기이다.

 

1800년 정조 24년 수십만의 희귀한 서책들이 보관된 규장각 서고에서 영조대왕의 글을 정리하던 검사관의 변사체를 이인몽이 발견함으로써 소설이 시작된다.

이 사건의 미로를 파고 들어가며 정조가 남긴 글 금등지사(안의 시경 빈붕 편의 시 올빼미가 빌미가 된다.)를 추적하는 도중 정조가 갑자기 죽고 당파의 조정은 미궁으로 빠진 채 이인몽은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 이 세상 먼지와 티글로 사라져가는 세월을 보내게 된다.

 

이백 여년에 걸친 노론(율곡파)와 남인(퇴계학파)의 기득권에 저항하며 왕도정치의 개혁을 꿈구는 정조는 금등지사로 하여금 피로써 피를 씻게 하기 위한 계책이라는 묘한 분위기를 남기고 있다.

 

시경, 서경, 주역이 만든 환상의 제국 주나라. 모든 제왕들의 꿈이었으나 그 이전에도 그 이후에도 존재치 않았다고 역사 선생님으로부터 들은 것 같다.

 

영조의 생애를 닮았다는 시 올빼미를 남긴다.

 

올빼미야 올빼미야

내 자식을 잡아먹었거든

내 둥우리 헐지마라

알뜰 살뜰 길러낸

어린 자식 불쌍하다.

 

하늘 흐려 비오기 전

뽕뿌리를 벗겨다가

창과 문을 엮었더니

이제 너의 낮은 백성이

감히 나를 모욕하느냐

 

이 두 손을 바삐 놀려

갈대 이삭 뽑아다가

하루 모으고 이틀 모으고

입부리도 병들었네

내가 쉴곳 없었기에

 

내 날개는 늘어지고

내 꼬리는 맥빠졌네

내 둥우리 위태롭게

비바람이 흔드나니

슬픈 울음 절로 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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