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방은 내 작업실이었는데, 책상에 앉으면 반쯤은 벽을, 또 반쯤은 커튼을 마주하는 구조였다. 반쯤은 막혀있고 반쯤은 보일 듯 말 듯 한 앞이, 고개를 들면 볼 수밖에 없는 그 장면이 그렇게 막막할 수가 없었다. 벽과 커튼 뒤에서 울다가 누가 들어오진 않을까, 얼른 눈과 코를 문질러 닦곤 어차피 아무도 안 올 텐데, 라며 자조했다.

큰 방은 전면 유리라서 볕이 참 달 들었는데, 작업실로 쓰는 작은방은 볕도 잘 안 들어서 가을, 겨울, 봄 모두 추웠다. 빗자루에 청소기, 대걸레까지 들고 설치며 청소를 해대기도, 가만히 잘 있는 책들의 자리를 몽땅 바꿔가며 일부러 움직여 보기도 했지만 열기도 잠깐이었다. 내 자리에 앉으면 몸도 마음도 천천히 얼어붙는 기분이었다.
(46p.)

문제는 기다림이었다. 가게라는 건 그 자체가 기다림의 공간이었다. (...) 언제 들어올지 모른는 누군가를 늘 신경 쓰는 동시에, 언제나 나밖에 없는 공간을 마주해야 했다. 초 단위로 반복되는 기대와 실망 사이로 흐르는 시간이 무서웠다.
(48p.)

어느 날은 가만히 앉아있다가 아무도 안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상한 골목에 자리 잡은 책방의 위치부터, 어설픈 취향 따라 골라놓은 책과 정신없이 짖어대는 초배까지 무엇하나 즐겁게 소개할 자신이 없었다. 과연 내가 책방을 제대로 운영하고 있는 걸까, 이게 책방인 걸까 늘 불안하고 의심스러웠다.

아무도 안 왔으면 좋겠다는 그 생각이 책방을 닫기로 한 결정의 가장 큰 계기가 되기도 했다. 아직 오지도 않은 타인의 반응에 미리 좌절하고, 긍정적 반응보다는 부정적 반응에 더 큰 비중을 두며 대부분의 시간을 갉아먹었다. 지속할 수 있을지 가늠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이대로 지속될까 봐 무서웠다.
(56p.)

그땐 책에 대한 애정이라고 착각했던 감정이 책을 잘 아는 사람처럼 보이고자 하는 욕구였다는 것과 생각보다 책을 별로 안 좋아한다는 걸 책방을 운영해본 덕분에 알게되었지만 말이다.
(8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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