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만 해도 나는 내가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삶을 살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나는 비겁하게도 현실에 안주하려는 사람들을 마음속으로 비웃었다. 그런 이상한 오만으로 지금의 나는 아무것도 아니게 되어버렸지만. 그때는 나의 삶이 속물적이고 답답한 쇼코의 삶과는 전혀 다른, 자유롭고 하루하루가 생생한 삶이 되리라고 믿었던 것 같다.

(쇼코의 미소 中, 31p.)

아줌마라고 해서 엄마의 모든 면이 아름답게 보였을까. 엄마의 약한 면은 보지 못했을까. 아줌마는 엄마의 인간적인 약점을 모두 다 알아보고도 있는 그대로의 엄마에게 곁은 줬다. 아줌마가 준 마음의 한 조각을 엄마는 얼마나 솢ㅇ하게 돌보았을까. 그것이 엄마의 잘못도 아닌 일로 부서져버렸을 깨 엄마가 느꼈던 절망은 얼마나 깊은 것이었을까. (...)
그저, 가끔 말을 들어주는 친구라도 될 일이었다. 아주 조금이라도 곁을 줄 일이었다. 그녀가 내 엄마여서가 아니라 오래 외로웠던 사람이었기에. 이제 나는 사람의 의지와 노력이 생의 행복과 꼭 정비례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안다. 엄마가 우리 곁에서 행복하지 못했던 건 생에 대한 무책임도, 자기 자신에 대한 방임도 아니었다는 것을.

(씬짜오, 씬짜오 中, 93p.)

"인간의 인식이 제한적이다라는 것에는 저도 공감해요. 하지만 상상할 수 없다는 것에 대해선 잘 모르겠네요. 인간이 상상할 수 없는 것도 있나요? 상상에 제한이 있나요?" 카로가 다시 물었다.
"글쎄요. 하지만 우리가 어떤 상상을 하든 천국은 그 상상을 뛰어 넘는 상태일 겁니다. 천국에는 시간도 공간도 존재하지 않을 테니 천국은 영혼의 상태라고 이야기할 수 있죠." 수사가 말했다.
저녁 기도가 시작된다는 종이 울려서 수업은 그쯤에서 마무리되었다. 저녁 기도를 하면서 나는 내가 내세에 대해서 조금도 생각해보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그저 영원이라는 개념에 압도당할 뿐이었다. 그것이 지옥이든 천국이든 영원이라는 개념은 나를 숨막히게 했다.
끝이 없다는 것.

(한지와 영주 中, 140~141p.)

더 이상의 수술도, 항암치료도 싫었다. 무엇을 위해 생을 연장해야 하는지 이유도 알 수 없었고 어떤 미련도 없었다. 차라리 잘됐지 싶었다. 그렇다고 해서 죽음이 두렵지 않은 건 아니었지만, 살아있다는 것도 두렵다는 점에서는 죽음과 진배없었다.

(비밀 中, 26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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