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몇 년 전 금강산 여행 중 들렀던 온정리(溫井里)는 참 따스하고 아담한 마을로 좋게 기억하고 있던 터에 작가의 원적(아버지의 고향)이며 이 소설의 배경이 신천군에 위치한 이 곳인지라 더욱 친근한 느낌으로 내 고향을 더듬듯 읽을 수 있었다.
제목인 <손님>은 우리 조상들의 공포의 대상이었던 천연두, 마마귀신 등을 외부의 손님으로 불렀던 점에서 지어졌고, 글의 짜임새 역시 이 손님을 물리치고자 벌였던 무속신앙의 한판 굿으로 풀어나갔다.
그러나 작가가 말하려는 손님은 이 글을 이끌어가는 막스주의자들과 기독교인들을 우리 역사의 손님으로 표현한 것 같다.
결국 숨겨진 주인공 요한이 동생 요셉에 의해 한 도막의 유골로 고향을 손님으로 찾게 됨으로써 우리 모두가 상처와 고통의 과거로부터 벗어날 수 없는 손님임을 작가는 말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산 자 요셉과 죽은 자 요한, 이찌로, 순남아저씨가 망령으로 이승과 저승을 넘나들며 과거를 회상하면서 50년이 지난 후에야 전쟁의 상혼에서 벗어나 서로를 이해하고 화해하는 과정을 황해도의 망자를 저승으로 천도하는 ‘진지노귀굿’의 열두 마당에 비유해 써내려간 점이 참 특이하고도 극적이었다.
신천의 미군 양민 학살은 외부 세력이기보다는 우리 내부에서 저질러진 막스주의가 빚어낸 비극이라고 보는 게 옳을 듯 싶다.
아직도 우리네 역사를 구전형식으로 듣고 흘려버렸던 나는 다시금 역사의 한 사건의 시작과 끝을 상세히 엿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