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헤세를 좋아해서 집에 그의 책이 많았다. 그런데 막상 나는 그의 대표작이라 할수 있는 <데미안>,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수레바퀴 아래서>는 읽지 않았고,
<크눌프. 크눌프 삶의 세가지 이야기>와 <게르트루트>를 고교시절 몇번씩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우연히 데미안이 손에 들어왔기에
마음먹고 한번 읽어보기로 했다.
내 기억속의 헤세는 어렵기도 하고, 혹은 그렇지 않기도 했다.
<데미안>을 읽고 보니, 그 기억이 과히 틀리지 않은 것 같다.
가슴을 울리지만, 진도는 나가지 않는다. 게다가 이제는 그때처럼 파릇파릇하지 않은 나이라 그런지
읽다가 자꾸 졸았다. 그래도 마지막 장을 덮을 수 있었고, 두고두고 펼쳐 읽고 싶었다.
헤세의 시절에도, 지금의 시대에도 많은 청년들이 싱클레어에 자신을 대입하고 위로받았을 것이다. 나도 역시 그랬다.
그런데, 사는 것은 지금이 더 복잡해져서 이제는 구도자의 길을 걷는 이들도 찾아보기 힘든 것 같다.
그래서 이런 책을 읽고 나면, 나는 겪어보지 못한 그 시절이 그립다. 소위 낭만의 시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