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사관학교 교관으로 재직 중 통일 혁명당 사건으로 20년 20일을 복역하면서 가족(주로 부모님, 형수, 제수)에게 보낸 지성인의 옥중 서간문.
진정한 고뇌와 이웃과의 진지한 삶, 가족을 향한 애틋한 애정을 숨김없이 편안한 마음으로 전달하고 있어 읽는 동안 동기간과 주고받는 편지글 느낌을 받았다.
현재 성공회 대학교수로 재직 중이며 많은 저서를 남긴 저자로부터 심심치 않게 정신적 자양분을 얻고 있던 차에 노무현 대통령의 내각 개편시 교육부 장관의 후보에 올라 은근히 기대를 했었다 그의 이력란에 “거의 알려진 바가 없다”는 신문 기사에는 호감을 넘어 그의 팬으로써 그가 쓴 다른 책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방대한 독서량, 무한한 지식, 따뜻한 가슴의 젊은이가 옥중에서 세월을 보내며 좌절과 절망감보다 주어진 시간을 소중히 관리하는 아름다움이 무척 감동을 주었다.
가족들의 묵묵한 뒷바라지와 조카들이 태어나 커가는 과정까지 샅샅이 느낄 수 있을 만큼 저자가 보여준 가족 간의 애정이 가슴 뭉클하게 깔려있다.
젊고 똑똑했던 혈기왕성한 아들이 초로의 노신사가 되어 출소하는 것을 지켜봐야 했던 부모의 심정을 감히 헤아려, 편지에 담아내고 있다.
근래에 옥중 서간을 두 편을 읽은 셈이다. 자연을 아름답고 친밀하게 느끼게 해준 <야생초 편지>, 나를 가슴 깊이 잠수케 할 정도의 사색력을 키워주고 현실을 고맙고 소중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교훈을 준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없는 사람이 살기는 겨울보다는 여름이 낫다고 하지만 교도소의 우리들은 없이 살기는 더합니다만 차라리 겨울을 택합니다. 왜냐하면 여름 징역의 열 가지 스무 가지 장점을 일시에 무색케 해버리는 결정적인 사실, 여름 징역은 자기의 바로 옆 사람을 증오하게 한다는 사실 떄문입니다. 모로 누워 칼잠을 자야하는 좁은 잠자리는 옆 사람을 단지 삼십칠 도의 열덩어리로만 느끼게 합니다. 이것은 옆 사람의 체온으로 추위를 이겨나가는 겨울철의 원시적 우정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형벌 중의 형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