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주에 읽은 책 중.
나는 오르한 파묵은 잘 안 읽혀서, 이유는 모르겠는데, 예전에 <내 이름은 빨강>을 읽고서는 그의 책은 평생 안 읽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더랬는데, 어느새 나도 모르게 이 책이 내 손에 쥐어져 있었다. 두껍기도 하지. 그런데, 오르한 파묵의 책은 그런 것이다. 지루한 듯 하면서도 끝까지 읽게 되는. 특히 이 책은 이스탄불의 현대사를 배경으로 하는데, 빈부격차, 극심한 도시화, 좌우의 대립, 쿠데타 등 그냥 이름을 서울로 바꾸어 놓아도 크게 다를 바 없을 것 같아서, 재미있게도, 신기하게도, 낯설지 않게 읽었다. 마지막 문장이 내게 반전이라면 반전이었달까?
<호밀밭의 파수꾼>은 읽고 나서 오랫동안 가슴이 아팠다. 그래서 이렇게 오래도록 인구에 회자되는 구나 싶었다.
드디어 8월이다. 추리소설만 실컷 읽기로 약속한 달. 일년 중 오로지 내가 읽고 싶은 것만 읽기로 한 달!
첫 스타트로 <우부메의 여름>을 골랐다. 이제 뭘 읽어야 할지 잘 모르겠는데, 검색을 해보니 이런 책이 있다는 것을 알게되어서. 누가 추리소설 좀 추천 해줬으면. 8월이 이제 시작인데, 좋은 추리소설을 많이 구해놔야한다.
여하튼 <우부메의 여름>은 처음에 주인공 교고쿠도가 장황하게 본인 잘난 척을 하는 부분이 지루하다는 평들이 많았는데, 나는 오히려 그와 세키구치와의 대화가 홈즈와 왓슨의 대화 같아서 홈즈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뒷부분에 대한 기대를 하게하는 장치로 작동하여 지루하지 않게 무난하게 넘어갔던 것 같다. 그런데 이 책은 <홈즈>로 시작해서 마지막은 오히려 <Y의 비극>으로 끝나는 느낌이다. 하늘아래 완전히 새로운 창조라는 것이 있을 수 없겠지만은, 읽으면서 자꾸 다른 책을 생각나게 한다는 것은 좀 김빠지는 일이랄까. 그래도 소재가 소재이니만큼, 꽤 흡입력이 있었다.
이번주는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을 읽으려한다. 이 책을 내가 읽었던가. 아니던가. 어쩌면 읽은 책을 또 읽는 것일 수도. 이제는 엊그제 읽은 책의 내용도 기억이 잘 안난다. 그러니 또 읽은 들 어떠하리. 그저 그 시간이 시원하고 재미있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