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이여 안녕 범우 사르비아 총서 635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이정림 옮김 / 범우사 / 1999년 11월
평점 :
품절


오직 젊음의 펜대로만 쓰여질 수 있는 이야기가 있다. 뜨거운 여름날 오후에 마시는 마가리타 한 잔 같다고 하면, 이 눈부신 짧은 소설에 대한 적절한 찬사가 될까?

처녀작으로 18세에 일약 프랑스 문단의 총아가 된 사강은 술과 도박, 마약과 레이싱으로 위태로운 삶을 살았으며, 처녀작을 능가하는 작품을 남기지 못한 불운한 작가이기도 했다.

<슬픔이여 안녕>의 주인공은 17세의 소녀 세실. 보드란 찰흙처럼 타인의 영향에 민감하고, 오렌지의 강렬한 향이든거나, 커피의 뜨거운 쓴 맛, 두 사람의 입술이 맞닿는 입맞춤의 황홀함 같은, 감각이 제공하는 삶의 단순한 쾌락에 눈뜨기 시작한 계집아이이다.

이 매력적인 세실의 성격이 이 소설이 지닌 흡인력의 팔 할을 설명한다. 냉소적이고 사악할 정도로 계산적이지만 동시에 여리고 감성적이며 유유부단하고 (젊은 탓에 딱 그만큼) 무지한 여자애. 삶이 낯설고, 지루함과 막연한 불안으로부터의 끊임없는 도주로서 외에는 인생을 달리 이해하지 못하는 이 아이가 저지르는 치명적인 실수. <슬픔이여 안녕>은 바로 그 실수에 대한 이야기이며, 순진하고 교묘한 젊음 속에 내재한 악마성에 대한 애틋한 송가(送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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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5-09-29 0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짧지만 강렬하고 흡인력있는 리뷰라고 생각함!^^
(그런데 마가리타, 이름은 들어봤는데 뭐래유?)

검둥개 2005-09-29 1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로드무비님, 이 짧지만 촌철살인의 코멘트!  사실은 짧은 데에 다 사연이 있어요. 십오년만에 다시 읽고 감동을 받아 (난 아직 젊은게야! +.+) 리뷰를 쓰려고 했는데 그게 안 써지는 거에요. 그래서 상품 사진을 박은 걸 그냥 지웠는데 그게 잘못해서 뻬빠로 저장이 되었더랍니다. 그걸 모르고 자고 나서 서재에 들어와보니까 거기에 댓글이 둘이나 달린 거에요. 윽. 댓글이 달렸으니 뻬빠를 지울 수도 없고. ㅠ_ㅠ 그래서 결국 안 써지는 리뷰를 울며 겨자먹기로 ^ . ^

  마가리타는요, 요렇게 생긴 잔에 나오는 술. 소금이 주변에 박혀 있어요. 예전에 선배가 사 줘서 한 잔 먹었더랍니다. (공짜라면 하여간 양잿물도 먹어요.)  ^^;;;  음, 한 번 더 마셔보고 싶네요.


로드무비 2005-09-29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아하니 색은 별로 마음에 안 드는데 소금이 박혀 있다니,
한번 마셔보고 싶군요.^^

검둥개 2005-09-29 1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색깔은 바꿀 수 있지 않을까요. 파란색으로 만들 수 있다고 들은 거 같아요. 아니 내가 먹은 게 파란색이었나. 기억이 가물가물. ^^;;;

blowup 2005-09-29 1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가리타.. 이상하게 확~ 취하는 음료(?)죠. 마가리타 마시고 맛이 갔던 기억이 있어요. 속이 울렁울렁거려요. 흔히 소금을 손등에 묻혀 멋지게 입술로 훑죠. 작업용 술 같기도 해요.

blowup 2005-09-29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굵은 오버 스티치 같은 리뷰. 무슨 말일까요? ㅋㅋ

검둥개 2005-09-29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무님 ㅋㅋ 작업용 술이요. 표현이 재밌습니다. :)
근데, 굵은 오버 스티치 같은 리뷰는 무슨 말이래요? @.@

blowup 2005-09-29 1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뜻이에요. 오버 스티치는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이는데 멀리서도 눈에 확 띄어요.^^

검둥개 2005-09-29 2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그런 뜻이근요. ㅎㅎ 저도 그 표현을 나중에 써먹어봐야겠어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