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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이여 안녕 ㅣ 범우 사르비아 총서 635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이정림 옮김 / 범우사 / 1999년 11월
평점 :
품절
오직 젊음의 펜대로만 쓰여질 수 있는 이야기가 있다. 뜨거운 여름날 오후에 마시는 마가리타 한 잔 같다고 하면, 이 눈부신 짧은 소설에 대한 적절한 찬사가 될까?
처녀작으로 18세에 일약 프랑스 문단의 총아가 된 사강은 술과 도박, 마약과 레이싱으로 위태로운 삶을 살았으며, 처녀작을 능가하는 작품을 남기지 못한 불운한 작가이기도 했다.
<슬픔이여 안녕>의 주인공은 17세의 소녀 세실. 보드란 찰흙처럼 타인의 영향에 민감하고, 오렌지의 강렬한 향이든거나, 커피의 뜨거운 쓴 맛, 두 사람의 입술이 맞닿는 입맞춤의 황홀함 같은, 감각이 제공하는 삶의 단순한 쾌락에 눈뜨기 시작한 계집아이이다.
이 매력적인 세실의 성격이 이 소설이 지닌 흡인력의 팔 할을 설명한다. 냉소적이고 사악할 정도로 계산적이지만 동시에 여리고 감성적이며 유유부단하고 (젊은 탓에 딱 그만큼) 무지한 여자애. 삶이 낯설고, 지루함과 막연한 불안으로부터의 끊임없는 도주로서 외에는 인생을 달리 이해하지 못하는 이 아이가 저지르는 치명적인 실수. <슬픔이여 안녕>은 바로 그 실수에 대한 이야기이며, 순진하고 교묘한 젊음 속에 내재한 악마성에 대한 애틋한 송가(送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