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흐르고 같은 자리에 서게 되면, 이해하는 것이 생긴다고...

어디 한 두어 가지 이겠는가 ?

그중에서도

"지금은 모르겠지만 나중에  선생님이 왜 그말 했는지 알꺼다!"

하신 고3때 가정 선생님.

그 말씀이 정말 사무치던 스므 살이 있었다.

 

고3이었고 가정 시간이었다.

수능을 마친후라, 당연히 수업은 하지 않았고

하고 싶은것 하면서 대신 조용히 하라고 형식적인 말씀을 

빠뜨리지 않으신

선생님은 교실을 사뿐 사뿐 걸으시면서 앞뒤로, 혹은 끼리끼리 뭉친

소란한 잡담 여기저기에 합류 하셨다.

우리는 최고참 말년이라 교복 블라우스 대신 사복을 입고 있었고

치마만 우리가 같은 학교 학생임을 말해주고 있었다.

나도 그때 교복 마의 속에 빨간색 '미찌꼬 런던' 티를 입고 있었다.

선생님은 그때 우리의 복장을 보시고 그렇게 말씀하셨다.

졸업하고 나니까 나는 교복 입은 학생들이 그렇게 예뻐보이더라.

아무리 화장으로, 악세사리로 멋을 내도

교복차려입은 모습보다 예쁠수도 없고, 예뻐 보이지도 않는다.

그리워지기까지 할 꺼다.

이제 며칠이나 남았다고 벌써 교복을 안입냐?

"졸업하고 어른되면 금방 선생님말 실감할꺼다"

 

그땐 정말 선생님 말이 공감이 안되었다.

소매가 닳아지고, 팔꿈치가 반질 반질해진 교복 마의.

줄였다, 늘였다를 반복하고, 철퍼덕 앉으면 여기저기 주름살처럼

구겨지던 교복 치마.

떼었다 붙였다 할 수 있는 넥타이라

저는 혼자 늘 집안 아무데에나 편안히 누워있고,그래서

나는 선도부를 피해

학교 담장너머로 친구들이랑 던져주고 받게 했던 넥타이.

그것이 과연 그리워지고 이뻐 보일까?

 

그러나...

가정선생님의 저주(?)를 받아서일까?

정말 교복이 입고 싶어서 21살까지 몇번 교복을 입고

가까운 곳을 다녔다.

 

지금은 교복이 가장 예쁜 옷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중고교때가 가장 예쁜 시절이라고 생각한다.

뭐 그리 번뇌도 많고, 아픔도 많고, 심각한 것도 많던

그시절이...

 

함께 저주를 받은 그 교실 그 친구들도

지금쯤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까?

- 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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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로 가고 싶다.

 

흐느적 흐느적 태양이 가까운 인도로 가고 싶다.

몸이 차가운 나는 다른 이들보다 더 추위가 버겁다.

겨울이 없는 따뜻한 곳에서 살고 싶다.

 

이제 다시 만나면 결코 잃지 않을것 같은 지연이는

이미 혼자 인도로 떠난것 일까?

 

태양에 시커멓게 얼굴을 내 맏기고,

희게 이만 드러내면서,

맨발로 거리를 내달리며 '노 프라블럼, 노 프라블럼' 

떠들어 대고 싶다.

 

나는 매달, 나는 매년 인도로 가고 싶다.

- 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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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창가

                                               송 욱

비가 오면

하늘과 땅이 손을 잡고 울다가

입김 서린 두 가슴을

창살에 낀다.

 

그슴츠레

구름이 파고 가는 눔물 자국은

어찌하여

쉴 새 없이

몰려드는가.

 

비가 오면

하늘과 땅이 손을 잡고 울다가

이슬 맺힌 두 가슴을

창살에 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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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ong 2004-05-16 1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이사진은 .. 나도 가지고 있는데. ㅎ 멋쪄요.

애플 2004-05-16 1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늘과 땅이 손을 잡고 운다'는 이 시가 떠오르는 사진이었어요.
밖으로 막 뛰쳐 나가고 싶어져요.
 


 

빗방울, 빗방울

                                                    나덕희

버스가 달리는 동안 비는

사선이다

세상에 대한 어긋남을

이토록 경쾌하게 보여주는 유리창

 

어긋남이 멈추는 순간부터 비는

수직으로 흘러내린다

사선을 삼키면서

굵어지고 무거워지는 빗물

흘러내리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더 이상 흘러갈 곳이 없으면

빗물은 창틀에 고여 출렁거린다

출렁거리는 수평선

가끔은 엎질러지기도 하면서

 

빗물, 다시 사선이다

어둠이 그걸 받아 삼킨다

 

순간 사선 위에 깃드는

그 바람, 그 빛, 그 가벼움, 그 망설임

 

뛰어내리는 것들의 비애가 사선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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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처럼

종종걸음으로

나도

누군가를

찾아 나서고

싶다...

-황인숙-

 

 

 

친구들은 '영마살' 이라고 했다.

어머니는 정신없는 년이라고 하셨다.

열 몇살쯤 부터였을까?

아무도 만나주지 않는데,

비만오면 마음이 급해서 밖으로 나갔던 나...

우산이 휘청거리는 척 하면서

일부러 비를 맞으면서 다니다 돌아왔던 나...

 

그때 나는 누구를 만나고 싶었을까?

 

 

- 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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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04-01-27 1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누굴 찾아 나서지? 선뜻 떠오르는 것이 없다.

애플 2004-01-28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누군였는지는 지금도 모르지만,
내 심장에 대고 부르던 누군가가 있지 않았을까요?
깊은곳에 가만히 귀를 기울여 보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