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렛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2001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어차피 내가 바이올렛을 처음 만난날은 소나기가 내리는 한여름 어두워질 무렵이었다...

바이올렛에 대한 리뷰에 '우울, 칙칙함,답답함' 등의 단어들이 많이 올라 있다. 오산이 그녀가 많은 사람들을 쓸쓸하게 만든것 같아서 내가 괜히 대신 사과를 하고 그녀를 변명 해 주고 싶었었다.

바이올렛이란 꽃이 제비꽃이라는 것은 이 책을 보고 알았을 만큼 나는 꽃에 대해 잘 모르는것 같다. 하지만 어디에나 피어있어 꽃이 아니라 풀같이 여겨진다는, 푸른 잎도 작고 보랏빛 꽃도 작은 그 꽃을 분명히 본적이 있다. 아무에게도, 어디에서도 쉽게 눈에 띄지 않을것 같은 오산이 그녀가 바이올렛이었다.

 그녀는 좁은 골목의 길다란 방에 산다. 방안에 있는 그녀를 보고 있으면 그 방안에 노오란 나비 한 마리를 풀어 놓은것같다.  그런 그녀의 방에 '무엇에도 상처받지 않을 것 같은 단단함을 지닌' 수애가 함께 살게 되면서 잠깐이 나마 산이를 위해 해 주고 싶었던을 간접적으로 할 수 있었다. 비록 아이스크림이지만 아침도 함께 먹고, 저녁식사도, 생일도 챙겨주고...

...비를 피해 들어간 서점에서 바이올렛을 보았다. 책을 골라 안고 나온후 지하철과 버스에 있는 시간에만 연결해서 읽으려고 했었다.  그러다가 내용이 와 닿지도 않고 내용에 흥미롭지 않아서 1년간 내 책장에서 읽다 만 책이 되어버렸다.

이책을 다시 읽은것은 조용한 방안, 올해 1월이었다. 이번에는 마지막장까지 다 읽는 동안 방안에서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아마도 산이 그녀를 발견하기에 지하철이나 버스안은 무리였으리라.

아무런 반항도 복수도 하지 못하는 산이의 죽음이 안타깝고 슬프기는 하다. 그러나 오산이는 결코 청승맞지 않다. 칙칙한 청춘도 아니고 답답한 여자도 아니다. 풀숲을 걷다가 밟을 뻔 한, 한번은 본의 아니게 밟아 봤음직한 보라빛 제비꽃일 뿐이다.

바다를 건너지 못하고 지쳐 돌아온 김기림 시인의 <바다와 나비>속의 나비가 가만히 내 품에 날아 든것 처럼,

물푸레나무 그림자 같은 슬픈 오규원 시인의 <한잎의 여자>가 가볍게 내 품에 떨어진것 처럼, 그저 아련하게 기대오는 보랏빛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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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의 선물 - 제1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은희경 지음 / 문학동네 / 1996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새의 선물>에 나오는 진희를 처음 만난것은 은희경의 또 다른 소설<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 에서 였다. 사랑에 냉소적이며, 이혼 후 자유 연애를 하며 얽매임 없이 살아가는 그녀의 소녀기를 가만히 들춰보았다.

출생에서 12살까지의 성장속에 얽힌 삶의 호의적이지 못했다. 그로 인해 세상과 삶에 대해 일찍 깨치게 되었다고 고백하는 어린 진희가 자신과 동네사람들의 환부에 대해 풀어내는 모습이 여간 내기가 아니었다.

12살의 검은 눈망울로 본 것이라 하기에는 모순이 곳곳에서 고개를 내미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렇게 지적하면서 읽기에 이 책은 분명히 독자의 불평까지 빨아 삼켜버리는 힘이 느껴진다.

뉴스타일양장점,정다방,펜팔,변소, 우물가,공꼬리(콘크리트), 미워도 다시 한번,문정희 ,교환원등 60년대 시골마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이 소설은 그 시대를 지나보지도 못한 나에게도 향수를 불러 일으킨다. 마치 몇년전에 방영되었던 아들과 딸, 전원일기, 대추나무 사랑걸렸네의 배경이 연상된다.

거기에 등장하는 진희와 그의 가족을 비롯한 동네 사람들은 저마다 상처와 비밀을 간직한 사람들이다. 주책맞은 행동으로, 알싸한 감동으로 다가오는 그들의 이야기가 마지막 책장을 닫을때까지 마음을 놔주지 않을 것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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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언제나 금요일은 아니지
호어스트 에버스 지음, 김혜은 옮김 / 좋은책만들기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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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호어스트 에버스는 괴짜이지만 같이 늙어가면 심심하지 않을것 같은 친구이다. 나이를 먹어갈수록 나보다 젊은 여자의 수가 점점 늘어가는 것이 노녀의 장점이라고 위로해주는 호어스트와 같은 유쾌한 친구가 어디 흔하겠는가?

성공과 행복으로 이끄는 심리트릭의 구호를 외치다 지쳐 다시 잠드는 월요일 아침.

피자집에 들어가 피자 한 판을 주문한 뒤 기왕 가는 길에 자신도 함께 데리고 가달라고 설득한 화요일....

목적지까지 가는 기차표값을 절약하는 알뜰 여행을 계획하는 토요일등 .

귀찮다는 말을 자주하고, 내버려 두는 일도 많지만 그가 게으른 사람이라고는 생각하지 않게 되는 것은 게으름을 두둔하는 그의 앙큼한 변명들 때문만은 아니다.

그의 일주일을 보고 있노라면 느릿느릿 하지만 권태롭지않고, 재치있지만 호들갑스럽지 않은 인생을 배우게 될 것이다.

짧고 코믹한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어서 약속 장소에서 친구를 기다리는 지루하고 멋적은 시간동안에 딱 일것 같다.

약속시간...본이 아니게 자주 기다리게 하곤 했던, 고맙고 미안한 친구들에게 권해주고 싶은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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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생각하는 것이 나의 일생이었지
정채봉 지음 / 현대문학북스 / 200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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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짧은 글들이 모인 시집을 서점에서 읽고 끝내지 않고 꼭 소장해서 어렸을때 부터 부모님께 혼나곤 했다.

몇년전 겨울. 추위를 피해 들어간 서점에서 그의 시집을 처음 만나게 되었다. 서점에서 다 읽을 수 있었지만 그의 글들을 따뜻한 내방 한켠에 앉혀두고 싶어서였을까? 굳이 사와서 다시 읽을때쯤 어느 신문 문학 색션에서 정채봉 시인의 작고 소식도 읽게 되었다.

<면회 사절> 이라는 시에서
'나는 지금 너에게로 가는 출구를 모색하고 있다' 하는 말과

'사랑하는가?
눈물의 강이 어디로 흐르는지 슬픈 지도를 가지게 될 것이다'라고 했던 그는
하늘 나라에 계신 엄마에게로 다다르는 슬픈 지도를 일평생 품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엄마가 휴가를 나온다면> , <아기가 되고 싶어요> 등으로 늙지 못하고 유년에 머물러 있던 그의 순박한 웃음을 이해 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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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
레오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이나미 옮김 / 작가정신 / 200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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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외에 단편 모음집에서 톨스토이를 처음 만난것은 몇년 되지 않았다. 이솝우화 같이 교훈적인 단편들을 읽고나니 다가가기 어려울것 같았던 톨스토이가 넉넉한 웃음을 웃으며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줄것 같은 KFC 캔터키 할아버지같이 느껴졌다. 그가 풀어내는 악마는 또 어떤 모습일지 궁금한 마음으로 책을 골랐다.

얇은 책 답게 내용은 비교적 간단하다. 가정교육을 잘 받고 자란 귀족청년 에브게니는 정욕을 채우기 위해 마을 농부의 아내의 몸을 돈을 주고 사게 된다. 얼마 후 아름다운 아내와 결혼을 하지만 농부의 아내는 끊임없이 남자를 유혹한다. 그녀의 마력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더 깊이 빠져든 에브게니는 죄책감과 혐오감 속에서 결국 정부를 권총으로 쏘아죽인다. 그리고 그는 수감생활을 하는 중에 알콜 중독자가 된다.

에브게니는 이 책의 절정 부분에서 정부를 악마라고 생각하면서 울부짖는데 주인공이 아닌 3자의 입장에서 발단부터 들여다 보면 에브게니속에 또 다른 에브게니, 즉 악마는 그 자신속에 있었고 욕망을 꾸역꾸역 먹으면서 자랐으며 파멸로 이르도록 안내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내안에서 속삭이는 그가 진정한 나인지 내가 키워버린 악마인지 속지 말아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나를 들여다 보는 거울같은 책이 될 수 있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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