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태어나다

전두환이 대통령이고, 올림픽 열리기 5년 전이라고 하니 시대적 배경은 83년인 듯 합니다. 지역갈등, 소외된 계층의 슬픔을 은근 슬쩍 넘겨집는게 약간 어슬프면서도 함~ 웃겨보자는 의도라는게 적나라하게 들어나는 순화된 '친구' 버전입니다. 굳이 비교하자면 '해적, 디스코왕 되다'와 비슷한 느낌도 들더군요.

포스터에도 나오는 백수의 전형적인 옷차림새인 파란 츄리닝의 왕코치, 장발에 나팔바지를 입고 건들거리는 동네 양아치, 오후 5시면 들려오는 국기 하강식,........80년대 분위기를 담아내려고 쪼매~ 신경쓴 시대극입니다. 주인공들 못지 않게 눈에 익은 조연급 연기자의 출연이 많은데, 대성의 아버지가 그 유명한 전원일기의 일용이 아저씨고, '고고얄개'의 히로인 이승현씨도 나옵니다. 특히 양아치 3인방은 극중 최고의 감초들이었다고 생각됩니다. 이태리 주먹을 날리던 양아치 두목은 눈에 익다고 생각했는데 MBC 코미디 하우스에 나왔던 개그맨이더군요. 최상학도 대사가 단 한마디임에도 불구하고 칼~이스마(영화본 분만 아는 용어~)가 있습니다.

지도에도 없는 섬, 마이도에도 대한민국 국민이 살고 있고 나름대로 부푼 꿈을 꾸고 사는 마을 사람들이 있습니다. 반면 뭍에 사는 사람들은 섬 마을 사람들을 없이 산다고, 대학 못 갔다고 무시하고 외면해 버립니다. 섬 마을 최고령 할아버지의 소원성취에 동원된 세 청년 대성, 만구, 해삼에게도 나름대로의 꿈은 있었는데 권투로 대학가서 해결해 보고자 권투를 시작하게 됩니다. 그들의 권투코치 왕수환도 프로복서이면서도 링에서 한 번도 제대로 싸워보지 못한 자신의 나약함을 제자들은 극복하고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합니다. 그런데 그처럼 쉽게 꿈을 이룰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래도 영화는 그들의 삶은
방식대로 꿈을 이룰 수 있다고 얘기합니다.

영화이다 보니 억지로 웃기려는 구석이 없진 않으나 생활속에 베어 있는 웃음이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아쉽다면 얘기하고자 하는 주제라고 생각되는 소외된 계층의 얘기가 너무 소홀히 다루지 않았나 싶더군요. 막상 권투대회가 시작되면서 부터는 약간 늘어진 감도 없지 않고,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쓰러진 대성과 김사랑의 대사는 남사시럽기까지 하더군요.

그리고 우리나라 사람들 엔딩 자막이 올라가면 바로 나가는데 이 영화는 끝까지 지켜 보시기 바랍니다. 마을사람들의 마지막 씬들과 NG장면이 무척 재미있습니다.

<댓글> 남자는 태어나고, 여자는 주워오나? 궁금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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