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원 니시키 씨의 행방
이케이도 준 지음, 민경욱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0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은행원 니시키씨의 행방
불황의 늪에 헤매이다.


일본은 10년 넘게 불황의 늪을 헤매고 있다. 앞으로 한동안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인들은 무던하게 잘 견뎌왔다. 거대 은행들이 도산하면서도 임원들 스스로 자숙하고 소속 사원들이 무사하기를 바라며 머리 굽혀 사과한다.

인생을 치열하게 살아가는 것은 전 세계 어디나 비슷할 것 같다. 10장의 에피소드는 각각 다른 인물들을 주제로 이야기를 이끌어 가면서 하나의 줄거리를 형성하고 있다. 서로 전혀 다른 이야기 같으면서도 실제는 하나의 목표점을 향해 달려가는 것이다. 심지어 등장인물들이 응시하는 시점조차 다르다. 따라서 독자는 도대체 니시키씨라는 인물의 행방을 왜 궁금해야 하는지에 대해 전혀 감을 잡을 수 없다. 그는 처음부터 사라진 것도 아닐 뿐만 아니라 아예 등장조차 하지 않는다. 그는 중심인물이 아니다. 어쩌면 소외된 인물이다. 동정받고 불쌍해 보이는 전형적인 왕따형 인물이다.

작가는 다양한 은행원의 일상을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우리의 모습과도 그닥 차이는 없어 보인다. 출세 지향도의 상고 출신 부지점장은 파렴치한으로 모사되기도 한다. 반면 은행의 비리를 찾아내는 감사관은 의외로 그렇지 못한 과거를 갖고 있었다. '누구나 비밀은 있다'라고 해야 할까? 사건의 실마리는 후반부에 다가오면서 매우 긴박하게 바뀌어 간다. 실적에 광분한 한 대출담당 영업사원의 말로는 가히 엽기적이기까지 하다. 그리고 마지막 장을 넘기면서 밝혀지는 진실은 그나마 추리소설 다운 면모를 갖추는 것 같지만 니시키씨의 행방은 안중에도 없는 듯 끝을 맺는다.

은행원 니시키시의 행방은 결국 아무도 알지 못한다. 다행히 그가 한 행적만을 추측할 수 있을 뿐이다. 그가 그럴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짐작과 그를 향한 무수한 이들의 상상력만을 남겨놓은 채.........

사람들은 누군가에게 자신이 어떻게 보여질 것인가에 관심을 갖게 된다. 가끔은 착하고 정직하고 아름다운 A라는 인물로 때로는 냉혹하고 잔인한 B라는 인물로.......어느게 진짜인지는 알 수 없다. 그냥 보여지는 그대로 인식될 뿐이다. 일일이 그걸 설명할 것 까지는 없다. 그도 그걸 원치 않을 것이다. 니시키씨는 단지 그가 필요로 했던 모습을 사람들에게 보여줬을 뿐이다. 그리고 자신의 원하는 순간에 그 모습을 감춘 것 뿐이다. 지금 우리가 그의 행방을 알았다고 해서 현재의 그는 A도 B도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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