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당신을…
소재원 지음 / 책마루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어느 날 나에게 치매가 찾아왔다. 나이는 72세이지만 더 이상의 상황 악화를 막기 위해 약을 복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하나뿐인 아들을 위해서 재산을 처분했다. 나에겐 이제 아내도 없기에 조용히 삶을 마감할 수 있게 되었다. 정말 다행이다. 기억을 잃기 전에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그리고 아들놈에게 전화를 한다.

 

회사에서 옷갖 핍박을 받아도 버텨냈지만 더 이상은 어쩔 수 없다. 군대간 아들놈과 취직 걱정을 하는 딸이 있지만 아내도 그 누구도 내 편은 없다. 에잇. 보름정도 집을 떠나보자. 근데 어디로 가지? 아버지한테 전화가 왔다. 그래.. 가족들과 여행을 갔던 곳을 가보자. 그런데 여기는 아버지가 나를 데리고 왔던 그곳이 아닌가? 지금 내 옆에는 처음보는 어린 아이가 있지만 한번 데리고 다녀보자..

 

나의 아버지의 이야기. 나의 남편의 이야기이다. 모든 이들은 누군가의 자식이라고 했다. 그렇기 때문에 아버지가 당연히 있기 마련이다. 부모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기에 이 책은 우리에게 아버지라는 사랑을 표현하기 쑥스러운 존재에게 그 사랑을 표현하기를 조용히 알려주고 있다. 아버지의 여행 경로를 그 다음으로 아들이 따라가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서로가 각자 아버지라는 존재를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자식생각도 한다. 그러나 얼만큼 아버지라는 존재를 평생동안 생각했었는가? 같이 살아온 세월은 자식보다는 아버지가 더 오래지 않은가. 이런 정말로 단순한 사실을 책은 새삼 알려주고 있다. 아직 효도할 수 있는 아버지라는 존재가 있다는 것은 참으로 다행이다.

 

책 말미에는 아버지께 보내는 편지도 있고, 그 편지를 쓸 수 있는 편지지까지 마련되어 있다. 아직 사랑을 주어야 할 아이가 태어나지 않았지만, 그 사랑에 대해서는 이미 약속되어 있다. 그 사랑을 나는 담뿍 받으면서 커왔던 것이다. 잊고 있었던 아버지의 건강, 아버지의 생활과 일상, 어떤 생각을 하고 계시는지, 요즘 건강은 괜찮으신지. 며칠전 아버지께 전화를 직접 드렸었다. 항상 엄마에게 전화를 해서 부록처럼 아버지 안부를 묻곤 했었는데, 더 자주 직접 전화를 드릴걸 그랬다. 예전에는 용건만 간단히하고 전화를 끊어야 한다고 했던 아버진데, 요즘에는 말이 많아지셨다. 나이가 드신건지 여자처럼 말이 많아지거나 삐지기도 하신다고 한다. 결혼을 하고 나니 말동무가 되어드릴 기회가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결혼 전에 부모님 밑에서 같이 살았던 때에도 아버지와 그렇게 많이 대화를 할 기회를 만들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 것이 참 안타깝다. 그렇기에 결혼 후에 되도록 효도하고, 많이 생각하기로 하고 있다. 큰 병으로 심적으로도 안좋으셨던 아빠. 앞으로 건강에 정말로 신경써드려야 하고, 먹는 거 하나도 조심해야 하는 나의 아빠. 어떤 것이 진정한 효도인지, 그리고 어떤 것을 좋아하실지 나는 잘 모른다. 책에도 나왔듯이 아버지가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바로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생각해 보니 아버지는 역시 양갱을 좋아하셨다. 이번 설에는 양갱좀 사가지고 가야겠다. 엄마에 대한 사랑만큼 아버지에 대한 사랑도 키워나가는 사람이 참 필요하다. 잊지 말자. 나의 아버지의 사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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