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 고요를 만나다 - 차(茶) 명상과 치유
정광주 지음, 임재율 사진 / 학지사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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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서평을 쓰고 있는 지금도 곁에는 차 한잔이 우려지고 있다.
평소 커피를 즐기지 않아서 홍차와 녹차등을 자주 먹는 나에게 이 책은 하나의 명상책을 넘어 감성 자극을 해주기도 하고 차에 대하여 새삼 더 깊은 지식을 주기도 한 좋은 책이었다.

책을 처음 받았을때부터 든 느낌은 책이 참 예쁘다라는 생각이었다. 정제된 구도의 사진들과 어떻게 이렇게 절묘한 사진이 찍혔을까 하는 임재율작가의 사진들이 마음을 차분하게 해 주었다. 글쓴이 정광주님이 심리학을 전공했기 때문인지 평소 명상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나에게 이 책은 좋은 지침서가 되었다.

남편과 함께 제주도에서 들렀었던 오설록 뮤지엄 생각이 많이 났다. 추천 코스에 오설록 뮤지엄이 있길래 인터넷에서 조사 해본뒤 가보게 되었는데, 정말 그 기분은 생각보다 너무 좋았다. 고즈넉한 산자락에 둘러싸인 뮤지엄과 넓으면서도 나무로 된 인테리어가 사람을 차분하게 해주는 곳이었고, 여러 종류의 차들 향을 맡아보며 이것저것 고른 것 같다. 남편은 차를 평소엔 즐기지 않았지만, 여기를 다녀온 이후로는 나서서 다기를 사고, 일주일에 5일정도는 녹차를 함께 마시게 되었다.

책은 그런 즐거운 기억들을 떠올리며 읽기에 참 좋았다. 시구절 같은 글귀들을 천천히 눈으로 따라 읽어가면서 편안함과 안정을 주었다. 책의 구성은 차명상의 의미 및 실제, 다양한 차를 통한 오감 깨우기 및 각기 다른 품성 느끼기, 차를 마시고 난 후 명상을 통한 내면으로의 여행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기억에 남는 구절들이 참 많았다.



- 우리는 '현재'를 살고 있다고 착각하지만, 실은 '과거'에 형성된 사고의 틀로 살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23쪽)

- 가루차가 몸에 흡수되어 몸 구석구석을 초록으로 물들인다고 생각해 보길.(55쪽)

- 버려진, 한때 아름다웠던 꿈의 조각들이 이곳에서 아직 눈을 반짝입니다.(61쪽)

- 폭설과 폭언의 공통점은...치우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끝자락이 아름답지 않습니다.(65쪽)

- 한계 지은 마음은 한계된 자각을 유도하기 때문입니다.(74쪽)



(여기서부터는 왠일인지 존댓말로 서평을 작성하게 되네요. 책의 영향인가봅니다.) 명상을 함께 하면서 읽었던 책이기에 오히려 일부러 천천히 읽게 되는 책이었습니다. 뒷장을 마구 넘겨가며 읽는 책이 아니라 책 한페이지의 구절을 곱씹고, 사진을 함께 감상하고, 지금 마시고 있는 차를 느끼는 시간. 책이 나에게 준 여유로움이었습니다.

차가 주는 따뜻한 차훈은 평소에도 참 좋아하는 것이었습니다. 잔에 갓 담아낸 차에서 나오는 차훈에 얼굴을 대고 그 온기를 한참이나 쐬었던 적이 생각났습니다. 점점 가을이 다가오면서 이런 차훈이 좋아지는 계절이 다가오고 있네요. 그리고 차를 다 마신 후 텅 빈 찻잔에 아른하게 남아있는 차의 냄새도.

차를 덖는 사람의 정성을 느끼면서 차를 마시게 되었습니다. 제주도 오설록 뮤지엄에서 차를 직접 덖는 것도 보고 갓 덖은 차를 사와서 종종 마시는데, 얼마전에는 차 덖는 모습이 티비에도 나오더군요. 그 장면을 보는데 차를 덖는것이 너무 뜨거워 목장갑을 5장이나 겹쳐서 끼어도 그 뜨거움은 참기 힘든 것이라고 합니다. 그 뜨거움을 이겨내며 덖았던 사람들의 고행까지 고스란히 담겨있는 차 한잔. 저도 저절로 감사의 마음이 일어났습니다.



책은 차에 대한 자세한 설명들이 함께 있어서 더욱 유익했습니다. 차를 어떻게 마셔야 하는지, 준비는 어떻게 하고 마무리는 어떻게 하는지. 그리고 차의 종류는 무엇이 있는지 등등을 차와 관련된 전문용어와 함께 소개해 주었습니다.

예전에 일본에 교환학생으로 가서 그곳 학교에서 교양수업으로 다도와 향도를 배웠던 때가 생각이 났습니다. 한 학기는 다도를 다른 한 학기는 향도를 배웠는데, 다도 수업은 가루차(맛차)를 배웠습니다. 작은 부채(선)와 다도를 즐기는 다과를 담은 종이(따로 팝니다)를 매 시간마다 지참하고 다과비용으로 5천엔을 냈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 있었던 그 수업은 찻물을 떠올리는 작업부터 물을 끓이고 그리고 차를 격불하는 섞는 과정까지 천천히 그리고 자세히 가르쳐 주었습니다. 당시엔 경건한 마음가짐 보다는 매 시간 다른 다과가 나오는 것에 더 즐거워하며 맛있는 차와 맛있는 다과를 먹는 시간이 너무 기다려졌었는데요. 차를 격불하는 과정에서는 끝에 항상 일본글자 'の'를 그리며 마무리 짓는 것도 기억이나네요. 그때 처음으로 가루차를 먹었었는데 그 농후함과 거품의 느낌은 아직도 제 입술에 아련히 남아있습니다.

그리고 정말 유용한 정보도 얻었는데요. 차를 다 마시고 난 후 남은 찻잎과 물을 거름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팁을 얻었다는 것입니다. 생각해보면 그렇지 하는 것인데, 지금까지 한번도 실행해본적이 없기에 이제는 이렇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지요. 창가에 있는 작은 화분 2개가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는데 그 아이들에게도 차를 마시게 해주고 싶습니다.



차를 마시면서 하얀 다기에 남는 차의 테두리. 그 테두리가 오늘처럼 아름답게 보인 적이 없네요. 많은 교훈과 많은 생각을 나눠준 이 책에 다시 한 번 감사하며 맛있는 차를 함께 마십니다. 다음에는 차를 구입할 때 더 다양한 차를 구입할 수 있게 될 것 같습니다. 소개된 티 샤워도 한번 해볼 생각입니다. 그리고 나는 누구인지를 생각하며, 잠이 안오는 밤이면 베게를 베고 침대에 누워 와선을 즐겨봐야겠지요. 오늘 하루도 좋은 책이 제 마음속에 남습니다.







(이 서평은 '학지사'로부터 무료로 제공 받아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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