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딕 라운지
박성일 지음 / 시드페이퍼 / 2010년 11월
평점 :
품절


 

라운지 음악 앨범 한 장을 통째로 산 듯한 느낌이다.

이 책은 작곡가 상일의 음악과 그 음악을 쓰던 배경이 된 것들을 여실히 보여주는 한 권이라고 말 할 수 있다.

헬싱키와 스톡홀롬의 건축, 디자인, 음악을 다루었다고 책 소제목에 나온 것처럼, 이 책에는 북유럽의 독특한 건축 스타일과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의 심플하면서도 자연적이고 개성 있는 디자인들을 많이 소개해 주고 있다. 그 중에는 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한 레고도 있고 이케아도 있다. 마지막 섹션에는 간간이 소개되었던 음악에 대해 집중적으로 나온다. 맨 마지막 페이지에는 9곡의 곡을 들을 수 있는 QR 코드의 집합체. 그리고 가사...

 

정말 글 쓰는 재주가 있는 음악가라면 매번 이런 식으로 앨범을 발매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매우 만족도가 높은 책이다. 최근 스마트 폰으로 QR 코드를 찍어 여러 정보를 얻는다는 것까지 배려하여 책 표지부터 QR 코드로 책의 정보를 알 수 있는 동영상을 담아내고 있다. 배경음악으로는 작가의 음악이 흐르고 있다. 너무나 절묘하며 대단한 마케팅이 아닐 수 없다. 책 구석구석 여러 곳에서 아이디어가 반짝이는 이 책은 정말 여러 감각을 이용하게 한다. 많은 사진들과 동영상들로 시각을 자극하고, 음악을 듣게 해주면서 청각을 만족시키며, 갓 발간된 새 책의 냄새와 핀란드만의 라떼 커피의 맛을 생각하게 해 주고, 차가운 겨울 바람으로 헬싱키의 냉동고 같은 날씨를 느끼게 해 주었다. 더불어 잊었던, 애써 잊고 있었던 지난 사랑의 아픔까지도..통증까지도 일깨워 주었다

 

지금 내 귀에는 Quando가 흐르고 있다. 이 겨울에 정말 따뜻함을 느끼게 해주는 곡이라 마음에 든다. 창 밖을 보면 눈이 내리고 있고, 방 안에는 벽 난로 불빛만으로 방을 밝히고, 따뜻한 차 한잔 들고 벽 난로 앞에 앉아서 창 밖을 바라보는 그런 그림이 떠오르는 노래다. 물론 난 벽 난로도 눈 내리는 창도 가지고 있지 않지만. 하지만 이 노래는 크리스마스 시즌인 이 때에 가장 잘 어울리는 노래 같다. 한동안 반복해서 들을 듯하다.

 

 '헤이'

 북유럽과 인사를 하고 들어간 이 책 속에서 만난 것은 느릿한 헬싱키의 겨울을 그대로 담은 음악이다. 65페이지에 소개되고 있는 Trapped in Ahjo Bar라는 곡은 바의 분위기가 배경으로 깔린 라운지 음악이다. 바에 들어가면 들을 수 있는 잔 부딪히는 소리, 수다 소리, 웃음 소리.. 곡이 끝나는 부분에도 다시 나오게 되는 바의 노이즈는 이제 바에서 문을 나서는 분위기를 물씬 풍겨주고 있다. 바에 들어가다. 바에서 나오다.

 

 책에는 여러 박물관과 미술관 등에 대해서도 소개해 주고 있는데, 더 좋았던 것은 작가가 흥미를 가지고 있는 분야에 대한 것만 다이제스트로 이야기를 해 주었다는 것이다. 그저 여러 가지를 말해 주고 싶어서 자잘한 것까지 얘기를 했다면 좀 넘어가고 싶었을 법하지만, 작가는 처음부터 자신이 다루어야겠다고 말한 건축, 디자인, 음악 컨텐츠를 끝까지 관철시켰다. 소개된 많은 장소 중에서 특히 가 보고 싶다고 생각한 곳이 헬싱키에 있는 '카빌라 수오미'. 영화 '카모메 식당'의 배경으로 쓰였다는 곳인데 이 곳을 직접 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날 자극한 것이다.

 

 헬싱키를 떠나면 스톡홀롬으로 이동을 한다. 이 곳부터는 본격적으로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풀어 놓는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아란다 공항의 관제탑 사진이었다. 137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는 이 관제탑은 나의 상식을 깨 버렸다. ! 관제탑이 이렇게 생길 수도 있구나 라는 것을 일깨워준 사진이라서 마음에 든다. 헬싱키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사진을 꼽으라고 하면, 46페이지에 있는 사진을 꼽겠다. 집집마다 번지수를 표시하는 구조물 사진. 작가도 이게 꽤 마음에 들었는지 이 책의 표지에 가장 처음으로 실어 놓았다. 매우 심플한 번지수 표시. 그리고 디자인을 고려한 것이 우리 나라의 번지수 표시와 다르다. 이 깔끔함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1914년 어느 과학자의 하루'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생각났던 영화가 있다. '이터널 선샤인'. 짐 캐리가 나오는 영화인데 자신의 사랑했던 여인을 기억에서 지우려다 기억이 되살아나고 괴로워하는 그런 내용을 담았던 것으로 어렴풋이 기억하는데, 이 영화와 그 꿈을 녹화하고 고치게 해 주는 할아버지가 닮았다고 생각했다.

 

 '거짓을 말하고'라는 곡은 3가지 버전으로 들어 볼 수 있다. 3가지 버전이 너무나 개성이 강해서 어느 것이 오리지널이었는지 다시 들어볼 정도로 괜찮은 노래다. 아련한 아픔을 꺼내어주는 노래기도 하고, 가사에 담긴 느낌도 좋았고, 세 보컬의 음색이 확실하게 구분되어 있으며, 편곡에 따라 노래가 얼마나 다르게 느껴지는지 잘 보여주는 하나의 모델이 되었다. 세 곡만으로도 즐겁게 플레잉 할 수 있으니 기회가 되는 사람들은 꼭 들어보길 바란다.

 

 책을 어느 정도 읽었을 때, 이 책에 대한 성급한 판단을 내려 봤었다. 우선 이 책은 초판본이라 오타가 많았다. 그리고 두 페이지에 걸친 사진은 한쪽의 사진이 초점이 틀린 사진이 나온다는 것. 그리고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가 매우 많아서 흥미를 주긴 하지만 너무 디자인에만 치우치지는 않았나 라는 생각이 들게 했다. 안타까웠던 점은 정말 보고 싶고 궁금하게 만드는 건물에 대한 사진은 정작 게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바사 박물관의 대형 배나 노르딕 박물관의 아름다운 외관이 없었다는 것이 안타까웠다.

 

하지만 QR 코드 활용과 트위터 주소 공개 등은 정말 현재의 흐름을 잘 캐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식으로 자신의 음악을 알리고, 자신의 생각을 알린다는 점. 그리고 이를 실천해 냈다는 점에 큰 점수를 주고 싶다.

 

 "겨울이 따뜻할 수 있을까?" (p.297)

 따뜻하다. 2010년 12월 21 현재. 내 겨울은 따뜻하다.

 그리고 아름다운 음악을 보내준 작가에게 한 마디.

 

 'Tak'(p.143 스웨덴어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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