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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닐 손수건과 속살 노란 멜론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4년 12월
평점 :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에쿠니 가오리의 신작이 나왔습니다
<셔닐 손수건과 속살 노란 멜론>
표지가 산뜻해서 기분 좋았고
다이어리도 함께 와서 선물 받은 느낌이었어요
과연 이 멜론색 표지 안쪽에는 어떤 내용이 들어있을까요?
가장 최근에 읽은 에쿠니 가오리 소설은
<혼자서 종이우산을 쓰고 가다>였어요
<냉정과 열정사이>를 읽고 열광했고
<반짝반짝 빛나는>이나 <낙하하는 저녁>
<울 준비는 되어 있다>등을 읽으면서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이 좋았거든요
그래서 이번 책도 기대가 되었습니다
소설 원제를 보면 <셔닐 천이나 속이 노란 멜론같은 것>이라는 제목인데요
번역되면서 셔닐 손수건과 속살 노란 멜론으로 정해져버려서
딱 두가지에 대한 내용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책 읽기 전부터 대체 셔닐 손수건이 뭐지? 하는 생각이 들어서 찾아봤어요
이미지를 보니 약간 손닦는 타월이나 청소할 때 쓰는 천이더라고요
이름이 굉장히 생소하고 고급지다는 느낌이 들어서 의외였고요
그 생각이 책 속에도 고스란히 담겨 있어서 재미있었어요
주인공은 여자 셋이에요
출석부에서 이름이 나란히 있는 세 사람이라
자연스레 친해지게 되었다는 설정이었고요
예순이 넘은 어머니와 단 둘이 살고 있는 작가 '다미코'
그녀집에 잠시 신세지게 된 '세이케 리에'
남편도 있고 아들도 둘있는 평범한 주부 '사키'의 이야기입니다
리에는 영국에서 살다가 일을 그만두고 일본으로 완전 귀국해요
집을 구하지 않아서 우선 친구인 다미코네 집에서 살기로 했고요
전 이 설정이 좀 이해가 안되기는 했어요
'엄청난 민폐'라고 생각되었거든요
매일 밤 집주인 친구의 와인을 마셔버리지 않나
친구의 방을 뺏어버리지 않나...
그러고보니 에쿠니 가오리의 책에는
굉장히 무례한 제 멋대로인 사람들이 등장하기는 해요
작가가 마음속에서 그렇게 되고 싶었던 모습을 투영한건지
민폐캐릭을 어디선가 보고 그냥 그걸 작품에 집어넣은것인지는 모르겠지만요
그렇지만 이야기가 진행되기 위해서는
우선 리에의 무례함을 다미코가 그냥 넘어가는 설정이 필요했겠죠
우선은 불편하지만 뭐 어때라는 생각으로 동거가 시작되었고요
아무튼 책에서 중요한 부부은 바로 여기인 것 같아요
세 여자의 소소한 일상 이야기가 계속되는 가운데
예전에 대학 동아리 시절의 이야기가 나와요
다미코와 사키는 영어 원서를 읽는 동아리에서 활동을 했는데요
그때 책에서 나오는 '셔닐 손수건'이나
'캔털루프 멜론'에 대해서 많은 상상을 해요
지금처럼 간단하게 구글리을 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었기때문에
생소한 단어들을 자기들 나름대로 상상하고
그 상상의 이미지를 설정해놓았었는데
이제야 찾아본 셔닐 천이나 속살 노란 멜론은
예전에 상상했던 것과 전혀 달랐다는 것이
소설 제목과 연결되는 내용이었던거죠
저도 이런 느낌을 책을 시작하기 전에 느껴봐서 공감이 되었어요
대체 '셔닐 천'이 뭐람? 하면서 찾아본 이미지
지금은 쉽게 검색이 가능해서 금세 정체를 알게 되지만
그렇지 않았던 시대에 살았을 때는 저도 오해하던 단어들이 매우 많았거든요
소설 속에서 무슨 큰 사건이 일어나지는 않고
그냥 시간의 흐름에 따라 매일 일어나는 소소한 사건들 속에서
소동도 일어나기는 하지만
그 속에서 리에는 결국 정착할 집을 마련해냅니다
그러고보니 이 소설은 리에가 일본에 와서 친구 집에 얹혀 살다가
집을 구해서 나가는걸로 끝나게 되어요
리에의 독립을 이렇게 친구들의 재회로 그려낸 에쿠니 가오리가
참 작가답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별것 아닌것 같은데 소소하게 재미있는 이야기요
올해 읽은 첫 소설이라 더 의미있었어요
앞으로도 작가의 책이 나오면 또 읽어보고 싶고
놓쳤던 작가의 다른 책들도 탐독하고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