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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스
캐런 조이 파울러 지음, 서창렬 옮김 / 시공사 / 2023년 11월
평점 :
600페이지가 훨씬 넘는 이 두껍고 방대한 책을 지금 막 완독했습니다
그 많은 이야기들을 담은 '6개의 챕터'가 끝난 후
'작가의 말'을 비롯하여 '후기와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까지
남김없이 읽고 나니 이 책이 매우 탄탄했고
읽을만한 가치가 있었던 책이었다는 것을
충만하고 뿌듯한 마음으로 느끼며 책장을 덮을 수 있었습니다
작가는 캐런 조이 파울러인데
'제인 오스틴 북클럽'의 저자이기도 합니다
이 <부스>라는 책은 책 띠지에서도 표지 앞뒤에서도 언급되었듯이
미국의 링컨 대통령을 암살한 '존 윌크스 부스'의 가족을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절대로 암살자인 존을 그 중심에 두지 않고
주변인물로 두면서 그의 부모님과 형과 누나들을 서술자로 내세우며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점이 특별합니다
암살자 '존 윌크스 부스'는 부스 가족 가계도에서 보면
10명의 자녀들 중 9번째 아이로 나옵니다
이 가계도 덕분에 매우 많은 부스 가족의 순서가 잘 정리됩니다
우선 아버지인 주니어스 부르터스 부스는
미국의 유명 연극배우인데 셰익스피어 연극 전문가입니다
그리고 어머니인 메리 앤 부스는
나중에 후처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놀라움을 던져요
첫째 아이인 '존'은 아버지와 같은 연극배우가 되고
장녀인 '로절리'는 평생 독신으로 살면서 아이들을 보살핍니다
그 밑으로 헨리, 메리 앤, 프레더릭과 엘리자베스는
어린나이에 병 등으로 사망합니다...
몇 년 후 다시 태어난 동생들은 제각각 뛰어난 역할을 하는데요
에드윈은 아버지에 버금가는 대단한 연극 배우가 되고
에이시아는 그녀의 집안 사정을 글로써 남기는 중요한 역할을 하며
'존'은 바로 그 암살자가 됩니다
막내인 '조'에 대한 이야기도 가끔씩 나오긴 합니다
여기 아직 13세에 불과한 조니, 즉 '존'의 손금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요
노파는 존에게 손금이 너무나 좋지 않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의 누나들은 조니를 위로하며 안심시킵니다 그럴리가 없다고
그런데 운명의 장난이었을까요?
그 노파는 어떻게 알았을까요...
조니가 어른이 되어 암살자가 된다는 것을요
가족들로부터 매우 많은 사랑을 받았고
개구쟁이같은 소년시절을 보냈지만
여러번의 죽음의 문턱에서도 살아 돌아온 존이 맞이한 최후는
미국 역사에 오래오래 남을 것이라는 것을요...
이 부스 가족의 기나긴 이야기 속에는
이렇게 링컨의 이야기가 중간중간 등장합니다
챕터가 끝날때 즈음에 나타나거나 중반부 이후부터는 점점 더 자주 등장해서
부스 가족과의 접점이 더 많아집니다
긴 이야기의 6분의 5지점을 지나고 나서야
드디어 링컨 암살 장면이 등장하게 됩니다
그만큼 작가가 암살자 존을 집중조명 하는 것을 피해왔다는 것을 의미하는데요
전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이 준, 에드윈, 그리고 존이 셋이 함께 무대에 오른 장면이었어요
그 이전에도 이후에도 없던 합동무대 말입니다
합동무대 이전에 노예해방 문제로 에드윈과 존이 크게 싸운 장면도 긴장감이 있었어요
또한 존이 링컨을 쏘며 했던 대사 ''식 셈퍼 티라니스(폭군은 언제나 그렇게 되리라)"는
책 곳곳에서 여러번 등장합니다
세 형제의 합동무대에도 등장했으며
링컨 대통령을 저격했던 특별석에서도 등장해요
이 책은 암살자 가족을 미화하고자 쓰여진 책은 아닙니다
하지만 작가의 의도는 암살자는 어떤 가족환경에서 지내왔는가를 알리고 싶었고
지금 현재 그 가족들의 후손과 그들이 살고 있던 장소는 어떻게 되었는지
조금 더 관심을 가지게 하는 효과는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2023년 겨울.
저는 1865년 4월 15일 링컨이 사망한 날까지의
기나긴 여정을 책으로 함께 되짚어가면서
부스 가족의 끈끈함과 사랑 그리고 광기를 지켜봤습니다
기록이 너무 없어서 가공되어야만 했던 장녀 로절리를 통해서
왠지 더 부스 가족의 진실된 모습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기나긴 이야기였지만 다 읽고나면 링컨과 존 부스의 기록을 찾아보게 되는 책이었습니다
에드윈 부스와 그의 아버지의 배우로서의 삶도 더 알고싶어지는 책이었고요
페이지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읽어보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책이기에
긴 호흡의 책을 기꺼워하는 분들께 추천하는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