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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실격 ㅣ 열림원 세계문학 3
다자이 오사무 지음, 이호철 옮김 / 열림원 / 2023년 7월
평점 :
클래식이라 불리우는 소설들이 있습니다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 실격>역시 마찬가지로 클래식이죠
열림원에서 이런 클래식 문학들을 묶어 새로이 시리즈를 발행하기 시작했어요
인간 실격은 그 세 번째 책입니다
예전에도 한번 읽고 난뒤 엄청난 책이네... 했던 느낌이 있었는데
이번에 다시 새로 읽으면서 전혀 다른 책으로 다가왔습니다
내용이 이랬었나?
대학생때 읽었을때랑 느낌이 너무 다르네... 라는 기분이었어요
이 책은 인간 실격이라는 중단편 하나만 딱 실려있는 컴팩트한 책입니다
다른 책에서는 인간 실격 이외에도 많은 단편들을 같이 실어놨는데요
이 책만큼은 이 인간실격이라는 작품만을 오롯이 느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다자이 오사무. 필명입니다
엄청난 대지주의 집안에서 10번째 아이이자 아들로서는 막내 아들로 태어난 그는
중학시절부터 동인지에 글을 발표할 정도로 글에 솜씨를 보입니다
그러다가 도쿄로 올라와 프랑스문학을 접하며 공부를 하는데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자살에도 영향을 받았던 학창시절이 있어서 그랬는지
동반자살 시도도 하고 파비날 중독으로 입원 치료도 받는 등
자전적 소설 인간 실격의 요조와 같은 20대의 삶을 살았습니다
그럼 자전적 내용을 담은 이야기 인간 실격을 볼까요?
"부끄러움 많은 삶을 살아왔습니다."
임팩트가 강한 첫 문장으로 요조의 삶이 조명됩니다
사실 이 작품은 이렇게 바로 요조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되지는 않습니다
기묘한 얼굴을 한 사람의 사진 세 장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하는 서문
그리고 세 개의 수기,
사진의 주인공의 나이 흐름에 따른 수기가 되겠습니다
어린아이 시절, 그리고 학생시절, 그리고 20대 시절의 수기 이렇게요
마지막으로 그 사진을 입수하게 된 계기를 나타내는 후기로 나누어져 있어요
첫번째 수기를 들어가면서 이야기는 흥미진진해집니다
이 아이의 어디가 어떻다는거야로 궁금해지는 아이의 내면은
남에게 자신을 온전히 내비쳐지는 것을 꺼리고 두려워하는 마음이었습니다
도깨비 그림으로 표현되는 반 고흐의 귀를 자른 후 그린 자화상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고
모딜리아니의 아몬드같은 눈이 그려진 여자 그림에 대한 이야기도 나옵니다
그러면서 자신도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되겠다고 합니다
소설속 요조는 결국 그림을 그리면서 밥벌이를 하게 되었지만
결코 만족스러운 삶은 아니었어요
나중에는 술에 취해 춘화를 베껴 그리는 지경까지 이르렀으니까요
학창시절 자신의 오버스러움을 일부러 꾸몄다고 알아채는 친구를 만나고
그 친구의 두 가지 예언에 삶의 많은 부분을 맞추는 듯한 일생을 보내죠
넌 여자들에게서 인기가 많을거야라는 예언은 보란듯이 그의 여성편력으로 증명이 되었고
그림을 그릴거라는 예언에는 결국 초라한 만화가로서의 삶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돈에 궁핍해 허덕이면서도 본가로부터의 원조를 받지 못하는 와중에
술에 취해 한 여성과 물에 뛰어들어 동반 자살을 시도하고
결국 여성은 죽고 자신만 살아남게 되는 다자이 오사무의 진짜 이야기가
여기 이렇게 소설속에 녹아나옵니다
대체 무슨 생각으로 삶을 사는 것인가?라는 물음이 자연스레 나올지도 모르겠네요
그는 과연 무엇을 그토록 괴로워하고 무엇을 두려워했을까요?
워낙에 약한 멘탈에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라는 큰 작가의 자살을
학생시절에 큰 충격으로 받아들였던 것이
그의 청년 시절을 이런식으로 물들였던 것일까요?
부유한 집안에서 자신의 진심을 숨기며 남에게 농담을 던지고
그런 모습으로 호감을 사며 살아왔던 작가의 삶
그 속에서 그는 정녕 행복을 느끼지 못했던 걸까요?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어찌저찌 한 처녀와 결혼을 하게 되었고
하지만 그 결혼도 무지개빛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무렵
다시금 친구아닌 친구인 호리키가 찾아오고요
그 둘의 비극 명사 희극 명사 찾기 놀이와 반대말 놀이 유희 뒤에 찾아온
아내의 겁탈 장면을 맞이한 요조
그 이후로 그는 아내와의 관계도 의심을 하게 되면서
괴로운 생활을 이어나갑니다
술로 찌든 와중에 각혈을 하는데요
하얀 눈이 쌓인 거리에 피로 커다란 일장기를 그렸다는 표현을 썼습니다
그리고 약국 부인에게 받아 놓기 시작한 모르핀 중독.
그리고 입원 치료 등등
글을 읽어나가면서도 독자인 저도 괴로웠는데요
과연 요조의 삶은 어떻게 되는가도 너무나 궁금해졌고
요조의 삶의 끝자락까지는 나오지 않았지만
마지막 문장인 스물일곱이 되는 나이지만 하얗게 머리가 세어
마흔으로 본다는 글귀가 너무나 가슴이 아팠습니다
인간 실격
더 이상 인간이 아닌것 같은 그의 모습
요조의 삶은 과연 인간적인 삶이었을까요?
이것도 인간의 삶이었다고 할 수 있었을까요?
작가 자신은 자신의 삶을 통째로 부정해버리고 싶었는지 모릅니다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난 인간도 아니다...
난 인간의 자격을 잃었다..
즉 인간 실격인 것이라고 느꼈는지도 모릅니다
실제로 이 단편 인간 실격은 그가 목숨을 끊은 해에 탈고 되었습니다
탈고 하자마자 다음달에 잡지에서 연재가 시작되었는데
연재 얼마후 강에 몸을 던져 결국은 죽고 맙니다
너무나 안타까운 죽음입니다
그러면서 그가 대단했던 것이 굉장히 많은 작품을 남겼다는 것입니다
술에 취해 약에 취해 남긴 그의 작품들
읽고 있으면 술냄새가 나는 듯한
약에 취해 글의 속도가 날아가는 듯한 속도 위반을 하는 듯한 필체
끝까지 자신의 이야기를 세상에 남기고 돌연 강으로 몸을 던져버린 다자이 오사무
인간 실격 말고도 사양, 달려라 메로스 등 주목할 작품들이 많습니다
유독 멘탈이 약했던 그에게 세상은 너무나 고통이었던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면 멘탈이 약했던 반 고흐의 일생과도 겹쳐지네요
안타깝게 세상을 등졌지만 그런 인생이어도 인간으로서 실격은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