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드라미의 빨강 버드나무의 초록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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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같은 소담출판사에서 냈던 책이

2022년에 리커버 버전으로 다시 나왔다^^

에쿠니 가오리!

작가 이름만 들어도 20년전이 떠오른다

한창 에쿠니 가오리의 책들을 많이 읽었던 때였는데...

그런데 이렇게 추억소환을 해주는 단편 모음집이 나왔다!

반가운 마음에 집어든 책


총 9개의 단편들이 들어있다

정말 이렇게 끝난다고? 싶은 아주 짧은 얘기도 있고

충실하게 좋았던 단편이라는 느낌의 좀 긴 이야기도 있다

모두 에쿠니 가오리의 느낌이 가득한 내용들이라 더 좋았다

읽으면서 새삼 에쿠니 가오리 책의 주인공들이

다 이렇게 막무가내였나? 아무려면 어때라는 주인공들이었다.

한창 읽을때는 나도 덩달아 어려서

이렇게 중년이 되어 읽은 느낌은 또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작가도 물론 그런 사춘기를 넘어선 20대 초반의

자유분방한 느낌을 그대로 담아냈으리라


책 뒤에 보면 이렇게 각 단편들이

언제 어느시기에 어떤 곳에 실려있었는지를 알려준다

단편 하나씩 읽을때마다 그 시절을 떠올리며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에쿠니 가오리는 1964년생이니까

'러브 미 텐더'라는 작품은 25살에 기고한 것이다

'녹신녹신'까지의 단편이 20대에 쓴 것이고

나머지 4개의 단편은 30대 후반에 쓴 것

작가의 나이를 대입해가면서 읽어보면

나도 20대 30대때는 이렇게 세상을 살았던 것 같다는 생각이든다

그 어떤것도 나를 막을 순 없고

내 생각이 옳고 나만의 세계가 있으니

나의 영역을 침범하지 말기를

이런 생각^^


일본에서는 이 단편집이 '선잠'이라는 제목으로 나왔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아무래도 '반짝반짝 빛나는'이 인기가 있었으니

그 주인공들의 10년 후 이야기가 담긴

'맨드라미의 빨강 버드나무의 초록'으로 발간해야

주목을 더 끌 수 있어서 제목을 바꿨으리라

'선잠'이라는 단편이 아무래도 이 책의 제목이었으니

분량도 제일 많다

여기서는 '푸르키네 현상'이라는 용어가 계속 나온다

해질무렵 노을빛은 어두워보이지만

그와 대비되는 하늘빛은 밝게 보이는 현상을 말한다

시인인 고스케씨와 반년동안 함께 살면서 지냈던 주인공인 히나코

유부남이었던 그에게 다시 부인이 돌아오자 자연스레 만나지 못하게 된다

하지만 유체이탈같은 현상으로 인해 고스케의 집안을 볼 수 있다

단편 속에 나오는 트레이시 채프먼의 'fast car'를 들으면서 서평을 쓰고 있는데

담담하게 써 내려간 이 '선잠'이라는 단편과 참 잘 어울리는 것 같다

갑자기 불러낸 신문배달부 토오루와 그의 남동생 후유히코

그들을 통해서 고스케씨와의 헤어짐 뒤에도 온기를 갈구하는 히나코

뭔가 마지막이 한때 유행했던 '여름이었다.'로 끝나는 느낌인데 하핫

히나코가 마시고 싶어하는 복숭아 넥타도 생각나고

더운 여름 한 여름밤의 꿈같은 아련한 단편이었다

하나하나 읽으면서 옛 단편들이기때문에

옛날 생각도 나고 새삼 '아 맞다, 이런 느낌을 주는 작가였지'라는 생각도 했다


작가의 말을 보면 이십대 초반에 쓴 단편들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그 중 세편은 마음에 든다고 하는데 어떤 단편일까? 생각해본다

개인적으로는 1) 러브 미 텐더 2) 재난의 전말 3) 밤과 아내의 세제

이렇게 세 편이 마음에 들었는데말이다.

'반짝반짝 빛나는'의 주인공들이 나중에 등장하는

'맨드라미의 빨강 버드나무의 초록'도 좋았다

읽으면서 원래 반짝반짝 빛나는이 어떤 내용이었는지 까맣게 잊어서

이 책을 다 덮고 반짝반짝 빛나는을 다시 읽고 있다

2007년 1월에 이 단편집을 묶어서 작가의 말까지 넣어 발표되었던 책인데

2022년 이렇게 나에게도 와서 에쿠니 가오리의 이야기들을 읽었다

기억속에서 잊혀져가고 있는 작가였는데

이렇게 다시 만나니 오래전 친구를 다시 만난 느낌이었다

재회.

바로 그 느낌

기분 좋은 느낌을 갖게 해주는 이 단편집

에쿠니 가오리의 팬이라면 특히 잊고 살았던 팬이라면

읽어보기를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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