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았기에 더욱 빛나는 일본문학 컬렉션 1
히구치 이치요 외 지음, 안영신 외 옮김 / 작가와비평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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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와 비평 출판사에서 최근에 출판된 책들 중 러시아 문학을 몇권 읽어보았는데

이번에는 일본문학 컬렉션이 출판되었습니다.

총 6명의 요절한 작가들의 단편을 2편씩 모아놓은 작품집입니다.

일본 문학을 학부에서도 대학원에서도 공부했던터라

6명의 작가 모두 익숙한 작가들이었습니다.

그중에는 읽어본 작품도 있고 그렇지 않은 작품도 있었습니다.

유일한 여성작가인 '히구치 이치요'가 제일 먼저 나와요

일본 화폐중 5천엔짜리 화폐에 나와있는 인물이 바로 이 작가 '히구치 이치요'입니다.

23세즈음에 '기적의 14개월'동안 많은 작품들을 남겼다고 해요

일본 최초의 여류 직업 작가로서 생활고에 시달리다가

이듬해인 24세에 폐결핵으로 생을 마감합니다.

예전에는 폐결핵으로 목숨을 잃은 사람들이 정말 많았어요

작가들 중에도 수도 없이 많고요

이 작가도 폐결핵으로 요절하게 됩니다.

'히구치 이치요'의 작품중에서 가장 유명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은

'키재기(타케쿠라베)'라는 작품인데

이 책에서는 '섣달그믐'과 '우리 아이'라는 작품을 실었습니다.

'섣달그믐'이라는 작품은 이번에 처음 접했는데

그 이야기의 짜임새와 긴장감을 주는 전개가 아주 대단했습니다.

읽어나가면서 과연 이 하녀는 어떻게 될 것인가 조마조마하면서 읽었는데요

그 결말 또한 마음에 들었습니다.

'히구치 이치요'가 얼마나 멋진 스토리텔러인지 엿볼 수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작가마다 2개의 단편을 싣고 그 다음에는 바로 작가에 대한 소개와

작품 2개에 대한 소개를 해주기때문에 이 책만으로도

작가와 작품에 대한 어느정도의 기본적 지식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번 책의 번역가는 총 3분인데요

각 2작가의 작품을 맡아서 총 4편씩 번역하셨습니다.

'히구치 이치요'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는 '안영신'님이 번역하시고

'가지이 모토지로'와 '나카지마 아쓰시'의 작품은 '박은정'님이

'다자이 오사무'와 '미야자와 겐지'의 작품은 '서홍'님이 번역하셨어요

번역이 모두 매끄럽고 억지로 사용하는 번역투가 심하지 않기 때문에

번역투에 민감하신 분도 마음편히 안심하고 읽으실 수 있습니다.

(특히 일본어 작품에 번역투가 거슬리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 작품집에서는 별로 없습니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일본 작가에요

대학원에 다닐때 바로 이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작품을

논문으로 썼고, 전집을 사서 읽고 또 읽고 여러 논문들을 탐독하면서

이 작가의 천재성과 광기에 홀려서 한동안 빠져나오지 못했거든요

독특한 작가만의 세계와 암울한 현실을 견디지 못해

35세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 자살로 생을 마감한 작가였습니다.

유명한 작품들이 너무나 많아요

특히 영화 '라쇼몽'과도 연결되는 작가인데요

영화는 아쿠타가와 작품 중 2개를 합쳐서 만든 영화에요

'라쇼몽'이라는 작품과 '덤불 숲'이라는 작품을 합쳐서 만들었는데

옛날 흑백영화지만 지금 봐도 정말 수작입니다.

베네치아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은 작품이기때문에

기회가 되시는 분들은 한번쯤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더불어 아쿠타가와의 작품도 궁금해지실테니 같이 읽어보시면 더 이해가 잘 되겠지요

이 단편집 모음을 읽기 전에

'가지이 모토지로'의 단편들을 모아 놓은 책을 읽었었어요


'벚꽃나무 아래'라는 단편집이었는데 '가지이 모토지로'의 작품만을 모아놓은 책이었어요

여기에서도 '레몬'이 나왔는데 이번 작품집에서도 '레몬'이 나와요

너무나 유명한 작품이라서 빼놓을 수가 없었겠죠?

폐결핵을 앓으면서 죽을때까지 작품을 계속 쓴 작가에게

'레몬'이라는 과일의 색감과 감촉은 특별했습니다.

지루하고 힘든 일상에서 '레몬'을 손에 넣은 주인공은

'마루젠'이라고 하는 지금으로 치면 교보문고같은 서적과 문구류 등을

파는 곳에서 미술서적들을 마구 쌓아올려놓고 그 꼭대기에

'레몬'을 올려놓은 뒤 유유히 사라집니다.

이 장면이 너무나 유명해서 '가지이 모토지로'가 생을 마감한 다음

그를 기리기 위해 '마루젠'의 미술 서적코너에

작가의 팬들이 과일 레몬을 올려놓는 이벤트가 벌어지기도 했어요

'나카지마 아쓰시'는 식민지 시절 한국의 경성에 아버지를 따라 이주해서

살았던 경험이 있어요. 그래서 조선을 배경으로한 소설도 썼다고 합니다.

이 작품집에서는 또 일본의 식민지였던 '팔라우'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 실려있는데요

다른 작가들의 작품과는 결이 다른 조금 독특한 이국적인 느낌을 읽을 수 있어서 좋았어요

'다자이 오사무'의 단편들과 '미야자와 겐지'의 작품도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특히 '미야자와 겐지'의 작품 중 '바람의 아이 마타사부로'는

단편이라고 하기에는 길어요 중편정도 되는 소설인데요

이 책의 4분의 1은 차지할 정도의 길이입니다.

총 12일간 전학을 왔었던 바람의 아이에 대한 이야기인데

시골 아이들에게 신선한 바람을 불고 온 전학생을 둘러싼 이야기는

참 재미있었어요.

'주문이 많은 요리집'으로 유명한 '미야자와 겐지'는 동화스러운 작품들을 많이 남겼는데요

이 '바람의 아이 마타사부로'에서 순진하고 순수한 어린이들의 세계를 들여다 볼 수 있어요

이렇게 총 12편의 작품이 실려있는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나니

다시 작가들 하나하나의 면면을 돌아보게 되었고

이 작가들의 작품 중 아직 읽지않은 작품들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다시 대학원 시절로 돌아간 느낌도 들고

현대작품이 아닌 근대소설에 대한 애정도 다시 샘솟았습니다.

책들의 홍수속에서 조용하게 빛을 발하고 있는 이 책이

일본 근대문학 중 요절한 작가들의 작품을 궁금해하는 분들에게

발굴되어 읽힌다면 저또한 매우 기쁠 것 같습니다.

일본 문학 컬렉션 02가 기대가 되네요^^

- 본 도서는 네이버카페 문화충전의 서평리뷰단 모집을 통해

도서출판 작가와비평에서 제공받은 것임을 밝힙니다.

서평은 개인적인 견해를 담아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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