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통수를 맞은 느낌이다. 이 나라에 ‘제국주의’를 말하다니 정말 놀랍다. 이 나라는 ‘백의민족’이라는 듣기 좋은 말로 평화를 사랑한다는 논리를 표방하면서도 정복전쟁을 나섰던 광개토대왕을 사랑하는 이중적인 속성을 갖고 있다. 미국이나 일본, 프랑스나 러시아들이 그랬듯 남을 정복하고 싶지만 그럴 힘이 없으니까 평화를 사랑했다는 말을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인정하고 싶지만 나는 그런 것이 아닌가 싶다. 어쨌거나 이 나라는 ‘제국주의’와 전혀 인연이 없을 줄 알았는데, 우석훈이 이 나라의 미묘한 흐름을 그것과 결부시켰다. 명석하게 논리적으로! 책을 보면서 몇 권이나 감탄했는지 모르겠다. 이 책은 한나라당은 물론이고 민주당에 민노당까지, 그들의 입장 등을 분석하고 현 정부와 이전 정부들의 정책을 분석, 그것이 제국주의적인 흐름을 어떻게 쫓고 있는지 알려준다. 내가 무식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반박할 여지가 없었다. 우석훈은 현재를 분석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예측하기도 한다. 이대로 간다면, 30년 안에 한국이나 일본, 중국 사이에서 전쟁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는 주장을 하는데 부분적으로 동의한다. 정확히 30년이라는 수치는 모르겠지만, 일촉즉발의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석훈의 그 논리는 허튼 것이 아니다. 제국주의의 가장 중요한 ‘영토’문제가 끊이지 않고 벌어지는 이상, 계속해서 충돌하는 한 분명 그런 일이 생길 것 같다. 그래서 우석훈은 이 책에서 ‘평화’를 보장하기 위해 해야 할 것들을 말한다. 동북아 평화체제 구축의 방법! 쉬운 일은 아니지만 반드시 필요한 것을 주장하는데 그의 말에 박수를 보낸다. 남들은 눈앞의 것에만 연연하는데 그 이상의 것을 보는 우석훈은 박수 받을 만하다. 여러 번 놀라게 하더니 머리를 맑게 만든 ‘촌놈들의 제국주의’, 이 땅에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전부터 생각한 것이 있는데 그것은 요코야마 히데오의 ‘경찰’소설은 은근히 재밌다는 것이다. 별 것 아닌 것 같은 이야기를 가지고도 재밌게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것이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한편으로 느낀 것은, 그가 ‘감동’을 주는데 일종의 강박증이 걸린 것이 아닌가 하는 것. 지나치게 감동을 주려고 하는 것은 좀 자제해줬으면 좋겠는데 자꾸만 그런 모습을 보이는 것 같아 오히려 읽고 난 후의 만족도가 떨어지게 만든다. 어쨌거나, 이번 소설은 무난한 재미가 있었던 것 같다. 요코야마 히데오의 팬이라면 오래 고민할 필요는 없을 듯 싶다.
거장이 준비한 연극. 여주인공이 누구인가를 두고 말이 많다. 관심이 폭발적인 오디션이 열리는데 그곳에 초대된 것만 해도 굉장한 영광. 몇몇의 여자들이 초대받았는데 대결방식이 놀랍다. 2명이서 3명 연기하기, 혹은 그림자 연기하기. 빨려 들어가는 줄 알았다. 눈부실 정도로 경쟁적인 그 대결! 온다 리쿠 구리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작품으로 생각 변했다. 놀라워, 정말 놀라워.
너무 하드코어적인 내용이 부담스럽다. 이 책을 보면서 느낀 내용이다. 반전이라는 것은 감동이 수반될 때 극대화되는 것 같은데 이건 그런 게 없다. 잔혹한 것. 어려서부터 시체와 살인 등에 관심이 있던 아이를 통해 보여 지는 그것들이 강하다. 재밌다는 생각보다 너무 들이댄다는 생각이 들었다. 속이 울렁거렸다. 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