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하면, 이 소설집은 ‘달콤한 나의 도시’에 비하면 대중적인 재미는 떨어지지만, 정이현 책 중에서 가장 볼만하지 않은가 싶다. 책소개와 달리 경쾌하고 재밌는 문장들은 그닥 보이지 않지만, 소설을 훑고 지나가는 기운이 격하다. 이혼한 아내의 개 이야기를 다루는 타인의 고독,이나 삼풍백화점에서 죽은 친구를 다루는 삼풍백화점, 주변에서 모두 코를 막는데 정작 자기만 무슨 냄새가 나는지 몰라서 속상해하는 남자가 나오는 그 남자의 리허설, 등 싸늘한 손바닥이 내 어깨를 흔드는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든다. 아마도 ‘오늘의 거짓말’을 말하는 데는 박완서의 추천사가 정답일 것 같다. “앞으로의 다양한 가능성을 기대하게 만들었다”가 그렇다. 정말 그렇다. ‘달콤한 나의 도시’를 보고 정이현을 알았고 이 책을 본 사람들은 실망하겠지만, 그 전부터 정이현을 알았던 사람이라면 이 책을 보고 만족할 것이라고 자부한다. 아직 뭔가가 부족한 것 같은 기분이 들지만, 그래도 정말 다양한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어서, 이 작품이 싸늘해서 나는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