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 체험
오에 겐자부로 지음 / 소학사(사피엔티아) / 1994년 11월
평점 :
품절


버드의 현실은 부족함으로 가득채워진 상태이다.  아내는 히미코처럼 성적인 서비스도 이해력도 없거니와 도히려 강요와 요구만있는 여자이다. 그의 주변사람들도 마찬가지이다. 장인과 장모는 버드의 알코올에 대한 전력을 알고있으면서도 술을 주거나 위로는 커녕 말끔히 아이를 처리하기를 바라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버드는 오래전부터 아프리카에 가고 싶은 사람이다.

실제로 버드는 그곳에 갈수 있다. 아내보다도 상냥하고 이해심많고 성적서비스가 풍부한 그녀와 함께 갈수도 있다. 또한 그녀가 원하다. 현실에는 머리가 괴상한 아이가 버드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모두들 아이에 대해 말할수 있고 해야한다고 말하지만..버드만이 가장 직접적으로 아이를 살리거나 죽이거나,,무시하거나 모른척 알수 있다.

이 소설에서 버드가 가장많이 되뇌이는 말은 아마 "부끄럽다."라는 말과 의무형의 생각일것이다.  이와 비슷한 말도 포함해서 무수히 많이 이 단어가 등장한다.  단순히 아이가 부끄러운 것일까?...

부끄럽다, 창피하다라는..특정감정의 표현에 있어 감정의 진실은 보다많은 심리적, 상황적 내용이 함축되어 있다고 할수 있다. 그래서 누군가가 부끄럽다 할때 그것은 <체면이 낮아졌다. 부정하고 싶다, 책임감이 무겁다, 나의 단점이 노출되었다, 내가 약한 존재다. >등등의 무수히 많은 것의 교차점에 나온다는 것이다. 부끄러움이 자기자신의 대한 평가적 감정성격이 강한 것이라면... 버드는 아이가 이상하다는 현실에서 얻은 메세지는 아이의 책임감과 자신의 아프리카의 대한 열망의 포기, 주위의 압력 그리고 자신의 약한 모습이 혼합되어 아기라는 거부할수 없는 생명체로 단시간에 이 모든 갈등을 정리하고 풀어가야할 것으로 다가온것이 아니겠나...

소설에서는 누구나 버드처럼 삶에서 거부할수 없는 상황의 강요를 받는 사람이 나오고 그들은 도피해 있다. 그들은  히미코와 게이바를 하는 기쿠히코이다.

히미코는 자살한 남편의 압력에서 해방하고자 밤마다 스포츠카를 몰고 여러남자와 섹스를 즐긴다. 기쿠히코라는 인물이 흥미로운데 그의 이름을 아기에다 갖다붙인 정황이다. 이미 예전에 그를 한번 버린적이 있는 전력에 눈길이 간다. 그를 버리면서 얻은것은 죽은시체뿐이고 훗날 버드는 그를 버리지 않았으면 게이가 안될수도 있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된다.  그는 다시 아기 기쿠히코를 어떻게든 선택해야 한다. 예전의 버드의 선택은 훗날 보다 나은 선택을 하지못했음을 증명했고 그런 선택의 원인은 책임감과 배려의 부재였다. 버드의 자유의 무게는 다른 작은 배려의 선택의 무게보다 너무 터무니 없이 가벼운 것이었다.

할까 말까의 기로에서 버드는 지금껏 서 있지도 않았다. 선택하는 것을 거부했던 것이다. 선택의 순간이 왔을때 문제는 전혀 다르게 버드에게 다가왔다. 버드가 살고 있는 세계는 야생의 아프리카이다. 누구도 믿을수 없고 의지할수 없는 곳이다. 결말부분에 실망하는 사람이 많은데 나는 괜찮게 보았다. 그리고 버드가 아기를 점차 동일시 하는것 또한 흥미로운 설정이다. 오에의 다른책<나라는 소설가 만들기>에 보면 추천의말에서 다른정보도 생각해 볼만하다.  이미 <하늘의 괴물 아구이>에서 뇌헤르니아의 아이가 나오는데 그 소설에선 아기와 자신도 자살하는 것으로 나온다는 것이다. 그런데 원폭피해자를 만남으로 변화가 생긴점을 알려준다. 책의 말을 그대로 옮기면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고통을 견디며 끝까지 살려고 애쓰는 피폭환자들을 보면서 오에는 "그들에게서 용기를 얻고 유리관 안의 내 아들때문에 빠져가던 일종의 노이로제, 퇴폐의 뿌리를 도려내는 고통을 감수하고 굴욕과 수치를 수용한 채 공허하게 죽을 타입인 나 같은 사람도 언젠가 자기 존엄성을 지키면서 죽을 수 있는 사람으로 변할 수 있을까? 라는 지점까지 나아가게 된다.>

희망은 정해져있고 눈에 보이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면 이런 결말이 우스워 보이겠지만 버드가 득의있게 건달과 비교되는 장면은...문제를 직시하고 마주선 사람의 자부심과 그 상황에 그만이 볼수있는 길이라 여겨지기 때문에 수긍이 갔다.

버드가 보는..그 세상의 날카로움에 문득문득 놀라는 것도 이 소설의 매력이다. 문제를 직시하고 헤쳐나간 사람만이 이런 글을 쓸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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