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이 등장하기 전까지 출판계와 유통업계의 주역은 출판사 및 서점과 유통업자였다. 서점과 창고와 재고 관리에 적지 않은 고정비가 들어가기 때문에, 어느 정도 매출이 있는 책, 즉 '공룡의 머리'(그래프 왼쪽)에서 수익을 내어 롱테일(그래프의 오른쪽)의 손실을 보전하는 사업 모델을 유지해왔다. 2004년 가을에 롱테일론이 각광받게 된 것은 인터넷 서점이 이런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꿔버렸다는 주장이 나왔기 때문이다. 제창자는 미국 <와이어드(Wired)>지의 편집장인 크리스 앤더슨(Chris Anderson). 미국의 서점 체인인 '반즈 앤드 노블스'가 보유하고 있는 도서의 총수는 13만 타이틀(판매 랭킹 13만 등까지)인데, 아마존 닷컴은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13만 등 이하의 책에서 올리고 있다고 발표한 것이다. (중략) 일반 서점들은 '팔리지 않는 책'을 재고 비용 때문에 서가에 비치하지 않지만, 아마존은 도서 목록에 올릴 수 있다. 그 이유는 책 목록을 추가하는 데 드는 비용이 거의 '제로'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아마존이 230만 종이 넘는 서적을 다룰 수 있는 비결이다. -104~105쪽
우리들은 검색 엔진의 편리함에 너무 젖어 있다. 그래서 책 내용까지 검색 엔진으로 검색할 수 있다면 얼마나 편리할까라는 생각도 한다. 인터넷상의 단편적인 정보보다는 책의 본문이 좀더 신뢰할 만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책 본문을 인터넷으로 검색하는 것에 대해 공급자인 출판사나 저자는 극력 반대한다. 책이란 돈을 내고 사서 보는 상품이며, 내용 일부를 검색 엔진으로 공짜로 볼 수 있게 된다면 책이 팔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중략) 그들(아마존닷컴이나 구글-인용자)은 서점에서 현재 판매되고 있는 책은 물론, 전세계 도서관에 소장된 과거부터 현재에 이르는 모든 책을 스캔해서 정보발전소에 집어넣고, 그 내용을 누구라도 자유롭게 검색하게 만들자는 아이디어를 내놨다. 그리고 "책 본문을 인터넷으로 검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공급자인 출판사와 저자에게도 이익이 된다"는 새로운 이론을 마련해 공급자 설득에 나서고 있다. -106쪽
도서공급자는 이런 미래를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공급자측에도 두 가지 생각과 입장이 있다. 이를 '공룡의 머리파'와 '롱테일파'라고 부르기로 하자. 공룡의 머리파는, 베스트셀러나 잘나가는 책의 판매가 둔화되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들이다. 출판사는 줄곧 공룡의 머리 부분에서 수익을 내왔기 때문에 대부분의 출판 관계자들은 공룡의 머리파에 속한다. 책 본문에 대한 인터넷 검색을 허용한다는 것은 그들에게는 '절대악'이다. 하지만 같은 도서 공급자라도 롱테일파는 다르다. 롱테일 부분에 있는 책은 어짜피 잊힌, 거의 팔리지 않는 책들이다. 그들은 어떤 계기가 마련되어 그 책이 알려지기를 바란다. 그래서 인터넷을 통한 책 본문 검색을 쌍수 들어 환영하는 것이다. 검색한 100명 중 한 명이라도 책을 사주면 성공이다. 한 권도 팔리지 않던 책이 한 권 팔린 책이 되는 것이며, 판매를 계기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106~107쪽
아마존닷컴은 2003년 10월, 본문 검색 서비스인 '서치 인사이드 더북(Search Inside the Book)'을 시작했는데, 거래처인 출판사들과의 합의를 존중하면서 원만하게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아마존은 이 외에도 책을 페이지 단위로 판매하는 '아마존 페이지'. 아마존을 통해 종이책을 구입한 고객은 온라인으로도 책을 읽을 수 있는 '아마존 업그레이드' 등 참신하고 파괴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중략) 반면 구글은 과격하고 급격하다. 전세계 도서관의 모든 책을 스캔해서 검색할 수 있게 만들겠다는 '구글 북 서치'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작가와 출판사들이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규칙 파괴자와 책 공급자 간의 알력이 커진 근본 배경에는 공룡의 머리파와 롱테일파의 세계관의 차이가 있다. -107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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