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에서 후에로 내려올 때, 버스에서 만난 청년과 베트남어로 필담을 나누었다. 청년은 뜻모를 문자를 와글와글 쓰고, 나는 그걸 엉터리로 따라 읽고... 영문도 모른 채 한참 즐거웠다. 우리는 대체 무슨 말을 나누었던 걸까? 수첩에 남겨진 뜻모를 문자들을 해독하려고 호치민의 한 서점에 들러 한-베 사전 코너 앞을 서성였다. 여러 판본들을 비교해보다가, 그중 나은 사전을 집어들었으나 서문에 북한이 '복한'으로 표기되어 있는 것을 보고 내려놓았다. 인쇄와 교정 상태가 무척 열악했다. 누군가의 손길이 더 필요하겠구나 싶었다. 서점에서 문구류도 함께 팔고 있었는데, 면봉이 눈에 띄어 엉뚱하게 면봉 한 통을 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