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아이 한국인 - 글씨에서 찾은 한국인의 DNA
구본진 지음 / 김영사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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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아이 한국인》





'필적학'이란 어떤 사람의 필적을 보고 그 사람의 성격을 추론하는 학문 분야라 한다. 머리에서 손과 팔의 근육에 메시지를 전달해서 선, 굴곡, 점 등을 만들기 때문에 필적이 내적 세계를 반영할 수밖에 없다는 전제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p36-추리나 스릴러 작품들을 보면 범인이 남긴 글씨를 보고 범인의 성별, 나이, 직업, 성향 등을 추론하기도 하고 필적을 비교해 동일인인지 아닌지 구분하기도 한다. 어쨌든 '필적'이란 개개인이 실제로 인지하지 못하는 내밀한 부분까지 담고 있다는 것은 명확한 사실이다.


글씨 분석으로 사람의 내면을 알 수 있다면 이런 개개인이 모여 이뤄지는 집단의 성향도 글씨 분석으로 알 수 있을까? 저자는 이에 동의하고 이를 개인 자아와 상대되는 '집단 자아'라는 개념으로 상정한다. 저자는 검사로 오래 재직한 경험과 필적학 연구를 통해 필적이 '바로 그 사람' 이라 할 만큼 정확하다는 것을 확신하고 이를 통해 '민족' 즉 공통의 혈통에 대한 인식을 토대로 상호작요하거나 공존하는 타자들가 구별되는 사람들의 집단의 뿌리를 알 수 있다는 가정을 토대로 '한민족'의 공통된 특성, 다른 민족과의 차별성을 찾고자 한다. 


또한 어떤 민족의 고대 글씨를 분석하여 민족의 첫 시작, 실체, 의식, 문화원형을 규명하려는 시도는 필적이 남겨진 유물을 바탕으로 하는 것이어서 '필적고고학 Grapho-Archeology'라 명명한다.-p42- 그리고 단군을 비롯한 고조선 선조 글씨를 찾는 것이 고대 한민족의 DNA 즉 원형과 정체성을 찾기 위한 첫 단추라 하는데 이는 한민족이 고조선때 형성되었다는 가정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이를 찾아내면 현재 우리가 맞닥뜨리고 있는 문제들, 즉 끊이지 않는 안전문제, 평등에 대한 집착, 북한의 3대 세습과 통일 국가 건설의 준비, 사회에 만연한 권위주의와 개인주의, 상식적이지 않은 억지주장들의 질문에 대해 명쾌하게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 말한다.


저자는 이런 가정에서 출발하여 필적이 담긴 고고유적 천천리 각석과 반구대 암각화, 이사지왕 고리자루 큰칼 등의 유뮬, 김구선생과 안중근의 필적, 광개토태왕 비를 대표로 한 비석, 불교 경전 까지 다양한 유적들을 살펴 한민족의 공통된 DNA를 분석하고 있다. 저자가 가장 강조하는 부분은 책 제목과도 같은 '어린이화 현상'이다. 어린이화 현상(유연화 현상)이란  '네오티니(Neoteny)'라고 하는 것으로 생물이 어른이 되어서도 어릴 때의 모습을 유지하도록 '진화'하는 것을 말한다. 어린아이 같은 특성은 기쁨, 사랑, 낙천성, 웃음, 눈물, 노래와 춤, 경이감, 호기심 등을 드는데 -p165- 직선이 많고 딱딱한 중국과 주변국들의 필체와는 달리 둥글고 곡선이 많으며 부드럽고 자유로운 필체에서 보이는 한민족의 특성을 가장 잘 표현하는 기질이 바로 '네오티니' 인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저자는 현대 한국의 역사를 살펴보기도 하고 고대 한민족과 현대를 오가며 다양한 이야기들을 풀어 놓는다. 일제 강점기때 일제가 민족성을 말살하기 위해 왜곡했던 역사와 민족성까지 돌아볼 수 있으며 항일 인물과 친일 인물의 필적을 비교하기도 하고, 고대 유물의 선명한 사진 자료와 그 안에 새겨진 문자를 통해 살표보는 새로운 시각의 이야기들은 참으로 흥미롭고 신선하다. 개개인의 특성이 그대로 집단의 정체성까지 규정한다는 최초 가정이 과연 적당한가 하는 것에 회의를 가지고 있음에도 이 책은 흥미롭고 풍부한 자료와 새로운 시각을 담고 있다. 


어떻게 보면 민족주의라는 평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역사에 관련된 책들은 어떻게든 이런 평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런 틀에 가두거나 평가를 하기에 이 책의 그릇은 크다. 정식으로 역사를 전공한 사람이 아니기에 이런 과감한 연구 시도가 가능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고고학, 역사, 필적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정말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고 학생이나 일반인들이 교양서로 읽기에도 정말 손색이 없는 책이다. 정말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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