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괴서, 조작의 역사
이시언 지음 / 해례원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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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괴서 조작의 역사

 

조선을 생각하면 어떤 것이 떠오를까. 위화도 회군, 반정, 세종대왕, 광해군, 인조반정, 계유정난, 사화, 의적, 희빈 장씨, 뒤주대왕, 독살, 왜란, 호란 등. 가만 생각해 보니 그리 좋은 것들은 떠오르지 않는 것 같다. 조선왕조 500년 동안 태평성대를 이루었다고 말할 수 있는 기간은 과연 어느 정도 일까?

 

역사 드라마들을 보면 조선에서 그려지는 시대는 이야기 거리가 있고 조금은 자극 적이야 하므로 악녀들이 나오거나, 전쟁이 있거나, 정권에 따라 같은 임금 같은 시기를 그리더라도 보는 시각이 많이 달라진다. 해석도 천차만별이고.

 

이 책 '조선 괴서 조작의 역사'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가 TV드라마나 영화 등을 통해 자주 접하였던 왕이나 역사적 사실들이 등장한다. 조카를 죽이고 왕이 된 세조 한명회, 성종, 폭군으로 유명한 연산군, 신하들의 선택으로 왕이 된 중종, 백성을 먼저 버린 선조, 광해군, 반정으로 왕이 된 인조, 아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 영조, 정조, 예전 드라마 여인 천하에서 보았던 문정왕후와 정난정, 늘 리바이벌되는 장희빈 등이 살았던 시절에 있었던 사회, 옥사 들이 이 책의 주제이다.

 

이 사실들을 전체적으로 보면 내용은 다 다르지만 원인은 한결같다. 결국 '권력 다툼' 때문이다. 양반, 사대부들은 그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신분제를 철저히 유지하려 하며, 한발 더 나아가 자신들이 속한 당파의 이익을 대변하며, 그들이 가진 권력을 확장하려하거나 대대손손 유지하려는 것이 단 하나의 이유다. 권력은 자연스럽게 부로 이어지고 그 핏줄을 통해 후대로 이어질 터였다.

 

노론, 소론, 남인, 서인, 북인, 대윤, 소윤 그 파벌의 성격이 어찌되는지 거기에 대체 누가 속해 있는지 세세히 알기도 어려운 당색으로 나뉘어 서로 죽고 모함하고 음모를 꾸미다가도 양반 전체에 이득이 되는 것이 없는 왕권강화나 백성 규휼 등의 이유로 자신이 가진 권리를 조금이라도 내 놓아야 하는 일에는 당파를 초월하여 합심된 모습을 보여준다.

 

사대부 양반 그들이 생각하는 왕이란 제 1사대부일 뿐이었으며, 때로는 그들 스스로 왕을 갈아치워 꼭두각시 왕을 세우기도 하고, 왕은 그들의 당색을 이용해 왕권을 강화하려 하다 원인 모를 이유로 죽어가기도 했던 것이다.

 

그런 일에 이용된 것이 바로 벽서나 괴서이다. 이는 글쓴이를 알 수도 없고 진위여부를 파악할 수도 없는 허황된 것이다. 무엇이든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선 명분이 중요한데, 이런 조작되거나 별일 아닌 한 장의 벽서, 혹은 한 줄, 한 자의 글자를 빌미로 삼아 수백 명이 죽거나 죄를 받는 피바람을 몰고 오는 것이다. 이는 백성을 위한다는 그럴 듯한 이유로 꾸며 자신들의 이익을 챙기기 위한 방편일 뿐인 것이었다.

 

어느 누구도 굶주리는 백성을 위해 일한 관리가 없다. 그들에게 백성은 자신들의 기반을 유지시키기 위한 방편이었을 뿐 그들이 아끼고 섬기는 대상이 아니었던 것이다. 왕 조차도 그들에게는 대단한 존재가 아니었던 것이다. 왕 또한 자신의 목숨을 보전하는 것이 제1과제였던 듯하다. 자신이 원하는 정치를 하자면 먼저 강력한 대신들을 제압해야 했으나 슬프게도 조선을 통 털어 그런 왕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왕이 대신들을 제압하는 것도 백성을 위한 것이었다기 보다 때론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었던가 싶기도 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정말 씁쓸했던건 과거나 지금이나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는 것이다. 이제는 우리가 우리 스스로 우리들의 대표를 뽑고는 있지만, 그들도 어느 당의 대표일 뿐이며, 국민을 위하여 일하여 할 정치가들은 서로 당색을 나누어 싸움만 하고 있다. 그러나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선 당파를 초월하여 협동하는 모습을 보여줄 땐 침이라도 뱉어주고 싶은 심정이다.

 

저자는 과거를 모르면 똑 같은 잘못을 되풀이 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로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우리는 멀리 조선까지 돌아볼 것도 없다. 불과 몇십년 전의 역사적 사실도 왜곡하는 현실을 살고 있으며 역사 따위는 관심도 없이 오로지 돈에만 정신이 팔린 사회를 살고 있다. 높은 교육열은 훌륭한 시민을 길러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남들보다 좀 더 괜찮은 대학 괜찮은 직업을 갖기 위함이다. 좋은 직업은 결국 권력이나 돈을 가질 수 있는 직업이고 말이다.

 

조선을 너무 부정적으로 그린 것이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 책은 그런 부분만 다룬 책이다. 조선에서도 훌륭한 사람, 훌륭한 일들이 많았음을 알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의 중점은 괴서나 벽서들이 어떻게 정치 싸움에 이용되었으며 어떻게 음모를 만들고 자신들이 원하는 바대로 정국을 끌고 갈 수 있었는가 하는 것에 있다.

 

역사는 이래서 배워야 한다. 그리고 역사를 제대로 볼 수 있는 균형감각 있는 시각을 길러야 함에 통감한다. 역사를 잊은 시민에게 좋은 미래는 있을 수가 없다. 잘못을 반복하는 어리석은 사람은 되지 말아야 하며 아무 생각 없이 분위기에 휩쓸려 살아가는 바보는 되지 말아야 겠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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