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삔내로 나를 깨운다 - 인생 통찰을 통해 우리 마음을 치유하는 지개야스님의 잠언
지개야 지음 / 묵언마을 / 2012년 10월
평점 :
품절


삐삔내로 나를 깨운다

 

하나하나 묵언마을에 와서 행복을 모두다 받아간다

 

 

저자 지개야 스님은 경기도 안성시의 사찰 묵언마을에서 자살예방을 위해 활동하고 있는 분이다. 책 제목이 참으로 독특했는데 이는 삐삔내로 묵언마을에 와서 행복을 마카다 받아간다는 안동 사투리로, 이는 하나하나 묵언마을에 와서 행복을 모두다 받아간다는 뜻이라 한다.

 

 

실은 처음에 책을 펼쳤을 때 앞뒤 맞지 않는 말이나, 철자가 틀리기도 하고, 문장이나 문단의 사용이 꽤 껄끄러워서 왜 이럴까 의아하게 생각했는데, 책을 읽어가다 보니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이 책은 자살예방을 위해 전북 부안군 성수종 스님을 은사로 출가한 지개야스님이 우리가 현실에서 부딪치는 수많은 문제와 갈등에 현명하게 대처하는 마음을 얻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스스로 펴낸 책이다. 편집자나 도와주는 사람 없이 스스로 펴내신 책이라 하니 더 뜻 깊기도 하지만 그래서 더 투박하고 거친 질그릇 느낌이 났던 것이다.

 

 

책은 잠언집이라고 하기에도, 수필집이라고 하기에도 별 무리가 없는 듯하다. 이 책을 읽기 이전에 글을 쓰시고 사회적으로 활동을 하시는 다른 스님들의 책들도 읽었었는데 그와 비교하면 좀 투박하고 거친 느낌이 든다고 할까. 다른 스님들의 책은 편집부터 너무나 깔끔했고, 글 자체도 참으로 깔끔하고 세련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 책은 스님의 소탈하고 거리낌 없는 스타일이 그대로 녹아있어 그런가 다른 책들과 많이 달랐다.

 

 

묵언마을하면 사찰 같지가 않다. ‘지개야도 스님의 이름 같지가 않다. 이는 지개야 스님의 철학이 반영된 것이다. 사찰로 등록을 하려면 ~, ~암으로 등록을 해야 하고, 스님 이름은 2자로 정해야 하지만 스님은 그것을 거부했다고 한다. 그 이유는 선을 행한다는 불교에서 그런 형식에 얽매이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런 철학을 반영해 주듯 글 들 속에는 현실을 풍자하고, 호통치고, 자신을 돌아보게 만드는 거침없는 문장들이 생생히 실려있다. 특히 책의 뒷 부분에선 대선과 관련된 문제들, 특히 대선 주자들의 공약들인 재벌해체, 반값등록금, 통일문제, 식량문제, 청년실업 등과 정치권에 대한 첨예한 대립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그 특징들이 드러난다.  또한 지개야 스님만의 해결책도 실려있는데 스님답게 마음과 수양의 문제로 해답을 내는 것이 특이하다. 어떤 문제들은 너무 현실을 간과한 것이 아닌가 혹은 너무 본질을 모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때로는 마음이 약간 불편해 지기도 했으니 말이다.

 

 

중반부에는 스님의 특이한 이력들이 펼쳐진다. 출가 전 안동 황우촌의 상표를 만든 것, 어렸을 때 고향을 떠나온 이야기, 많은 공부를 하고 많은 돈을 번 이야기, 도의원에 선출되고 그 후 출가를 하게 된 계기들이 현실 속에 사람들이 힘들어 하는 사연들과 엮어서 풀어내고 있다.

 

 

또한 사랑과 부부, 가족에 대한 이야기, 불교에 대한 법문과 종교에 대한 이야기 이어서 도덕과 윤리에 대한 법문이 이어진다. 솔직히 크게 나뉘어진 주제들은 그리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일정한 주제에 따라 글을 쓴 것이 아니라, 작은 잠언과 이야기들이 큰 유기적인 당위성 없이 얽기 설기 엮여있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 같기 때문이다. 마치 일기 속의 작은 에피소드들을 비슷한 주제로 느슨하게 엮어 놓기 한 것처럼.  그것은 아마 도와주는 스텝이 없었기 때문이었을 테니 큰 문제가 된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다소 엉뚱하고 기발한 글들과 생각들은 때로는 웃게도 때로는 불편하게도 만들었지만 한번쯤 살아가는 모습을 돌이켜 볼 수 있게 해 주었다는 것에서 이 책 읽기의 의미를 찾는다. 나 같은 허접한 중생이 수양하시는 분의 깊이 있는 성찰을 따를 수가 있을 까 싶어 많은 생각은 하지 않으려 한다. 책을 읽고 생각하고 느끼는 바는 천차만별일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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