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적
권오단 지음 / 나남출판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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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적 大敵

 

 

책의 저자 권오단이력을 보니 참으로 반갑다. <전우치>, <상황전기>, <>, <벼락공자>, <안용복>, <폭풍아>, <세종, 대마도를 정벌하다> 등의 역사 무협소설을 써낸 장본인. ‘한국의 역사를 바탕으로 한국의 전통무예를 소재로 한 무협소설을 쓰고 싶었다는 저자는 이번에 홍길동을 주인공으로 한 대적을 들고 왔다.

 

 

소설의 배경은 연산조인데, 허균의 고전소설 <홍길동전>을 당대를 배경으로 하여 새롭게 쓴 작품이다. 홍길동이 그저 소설 속 주인공 인줄 알았는데 조선왕조실록에도 기록되어 있는 유명한 도적인 것은 이 작품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같은 시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 왕의 남자와 저자의 저작 중 <전우치>, 그와 연관된 영화 전우치가 연쇄적으로 떠올랐다. 소설을 읽는 내내 영화 왕의 남자속 역사적 상황들과, 영화 전우치의 도술의 묘사에 관한 부분이 겹쳐 떠올라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었고, 중국풍의 무협이 아닌 아주 한국적인도와 정신세계, 무협을 보여주고 있어 읽는 내내 아주 재미있었고 신선했다.

 

 

저자는 군대에 있을 때 시간 때우기의 방편으로 읽은 김용의 <영웅문>을 읽으며 글로써 형용하지 못할 것이 없다는 충격을 받고 자신도 그런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어 처녀작 <전우치>를 쓰게 되었다고 한다. 2009년 당시만 해도 그 쓰고 싶었던 한국적 무협소설은 역사소설도 무협도, 이도 저도 아닌 채로 세상에 나오게 되었지만 그때 무협소설이라 하여 받았던 폄하의 시각이 저자로 하여금 무협소설의 장르를 버리지 않겠다는 오기를 가지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 하는데 대적을 보면 그때의 경험이 참으로 약이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소설 <대적>은 홍길동의 출생, 가출, 스승과의 만남, 조선8도의 화적패의 두목이 되는 과정, 그 후 활빈도를 만들고 연산군의 폭정에 못이겨 거사를 일으키는 박원종과 성의한등의 도화선이 된 후 관군을 피해 이상향의 세상을 만들기 위해 조선을 떠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홍길동과 그의 스승이자 장인인 혜손, 그리고 그에게 많은 가르침을 주는 인물들 설잠스님, 홍유손, 정희량 등의 도인들이 꿈꾸었던 세상은 그 시대에는 참으로 파격이 아니었나 한다. 그들은 신분의 차별이 없이 만 백성이 평등한 세상을 꿈꾸었던 것이다. 결국 홍길동의 수하들이 세상을 뒤 엎어 보고자 일을 추진하였지만 최판돌과 미륵 당래가 배신하여 오히려 홍길동을 죽이려 하였다. 그러나 도술을 쓸 줄 아는 홍길동은 도술로 위기를 모면하고, 박원종이 거사를 일으킨 날 저녁 연산군 뒤를 이어 왕이 될 진성대군을 도와 주며 여민동락할 것을 부탁하고 조선을 떠나게 된다.

 

 

그러면 대적이란 과연 무엇일까. 저자는 장자의 구절을 빗대어 이렇게 말한다. ‘…… 큰 도적은 욕심이 없어서 재물이 없으되 천하를 가진 임금이 부럽지 않다.’ 나는 어떤 그릇을 가지고 있을까.홍길동이 품은 그릇은 세상을 품을만할까. 조선에서는 이루지 못할 일이라 결국 조선을 떠나는 것이 소설의 결말이지만 홍길동을 매개로 허균이 꿈꾸었던 세상. 좋아 진 듯 하지만 아직도 이름이 다를 뿐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세상. 힘없는 백성들이 꿈꾸던 세상은 아직 오지 못한 것이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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