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의 빛깔 - 여성동아 문우회 소설집
권혜수 외 지음 / 예담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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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의 빛깔

 

 

 


'여성동아 문우회'는 지난 40여년간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 당서잔들의 모임이며, 1975년 동아일보 광고 탄압 사태를 계기로 유신시대에 저항하기 위해 모임을 갖기 시작하여 오늘에 이르른 모임이라고 한다. 이 책은 문우회에 속한 16명의 작가가 각 1편씩 총 16편의 작품이 실려 있는 소설집이다.

 


예쁜 여자의 사진과 예쁜 하얀색의 표지가 인상적인 이 소설 집. 실은 여기에 실린 소설들 보다 '들어가는 말'의 빨간 구두 동화에 관한 이야기 3쪽이 더 강렬했다. 그 강렬함에 책장을 넘기는 손이 더 기대가 되었다.

 


길지 않은 단편 16편이라 읽기에 부담이 되지 않았고, 각 소설이 끝날 때 마다 작가의 말이 짧게 실려있어 이 소설이 어떤 느낌에서 씌여진지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나도 여자여서 그런지 좀더 공감이 되고 더 흥미롭지 않았나 한다.

 


16명의 작가가 있으니 각 소설들도 느낌이 많이 다르다. 난 개인적으로 시공간을 초월해 '허균' 과의 사랑을 보여준 유춘강 작가의 '꽃이 붉다고 한들' 과 이불하나로 영화속의 주인공들과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네 삶을 연결해 보여준 유덕희 작가의 '눈이불', 아직도 기억이 생생한 구제역과 조류독감으로 인해 살아있는 생명들을 산 채로 매장해야 했던 불행한 일을 단소와 스님의 소신공양으로 보여준 박재희 작가의 '태평가', 타락한 종교인과 신앙인 사이에서 방황하고 상처받은 신부님을 통해 진실된 믿음과 종교의 역할을 생각하게 해준 우애령 작가의 '겨울나무' 마지막으로 자신이 자신에게 보낸 편지로 폐경기를 맞이한 외로운 중년 여인의 삶을 담담히 보여주는 김설원 작가의 '딸매기야, 딸매기야' 가 참으로 좋았다.

 


시공간을 초월한 사랑이나, 종교와 믿음, 자연과 인간의 문제, 나이들어감에 따라 우리가 받아들여야 하는 삶의 변화 이런 것들을 담담히 써내려간 글들을 읽으며 나의 모습을 돌아보기도 하고, 대학교때 어설펐던 첫 연애의 기억을 떠올리며 얼굴을 붉히기도 했다.

 


이 소설집은 폐경을 겪으며 지독한 갱년기를 겪었던 엄마, 고생만 실컷 하시다가 이제 살만해 지니 치매가 오셔 결국 요양원에 들어가게 되신 우리 외할머니, 첫 애로 아들을 낳지 못하고 딸인 나를 낳아 고된 시집살이 시키셨다는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우리 할머니 그리고 나. 나와 엄마, 엄마의 엄마, 아빠의 엄마, 그리고 그녀들의 남자들. 서로 사랑하고 미워하며 징한 세월을 살아왔던 우리들을 만날 수 있었던 아주 따뜻한 시간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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