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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청 - 상
황석영 지음 / 문학동네 / 2003년 12월
평점 :
역시나 대단한 이야기꾼이다. 황석영.
소설을 따라가며 빠지기보다 자꾸만 작가한테 생각이 머문다.
생각의 지평을 넓혀야겠지? 이렇게...동남아를 아우르는 소설을 쓰려면...자료는 또
얼마나 열심히 모으고 살펴야 했던 것이람?....이 사람은 중국어, 일본어 등등을 얼만큼 하는 것일까?.....심청, 이라니...고정관념, 이미지가 고정된 고유명사, 인물을 재생산 해내는 능력이라니...
책을 덮을 무렵 평론가의 글을 보자니, '심청'을 새롭게 해석한 게 또 황석영 만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채만식, 이청준...아, 나같은 독자의 무식이라니.
인당수에 제물로 바쳐져 연꽃 위에 다시 피어난 아리따운 효녀였던 심청이 황해를 건너고, 중국에서 싱가포르, 일본 등 동남아를 팔려다녀야 했던 매춘녀로서의 적나라한 모습으로 소설 속에 다시 태어났다.
매춘으로서의 성 묘사가 거북하다기보다는 마치 일상의 행위처럼 자연스럽다.
매춘이 자연스럽다는 것이 아니라, 그런 상황에 떠밀려 어쩔 수 없이 행해지게 된, 그저..삶으로서의 묘사로 받아들여진다. 사이사이 무력한 여성으로서의 삶에 가슴 먹먹하게 서글프기도 하고
매몰되지 않고 살아 있는 작중 인물의 강인한 의지에 탄복하면서 읽어냈다.
약간의 거부감도 없진 않다. 역시나 소설의 주인공이 되기 위해서인가?
인물도 탁월하고 재주도 탁월하며 의지 또한 남다른 인물. 나름대로의 주어진 상황 안에서 자신의 입지를 확고하게 할 줄 아는 그런 능력 있는 인물로 그려진 심청,이다.
2권째 후반부에서는 많은 얘기를 하고 싶은 작가의 욕심이 다급하게 몰아쳐 있는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을 받았다. 전반부에 비해 흐름이 끊기는 부분들이 없지 않은 듯하다.
어쨌거나, 대단한 작가다. 나이들 수록 더 호감이 가는 작가 중 한 명이다. '끼'가 넘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