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촌수필
이문구 지음 / 솔출판사 / 1997년 7월
평점 :
절판


자꾸만 조급증이 드는 까닭은 아마도 순전히 내 자신의 '모자람'에 있지 않은가싶다. 한없이 채워넣어야 할 것 투성이인데, 어떻게 이렇게 불쑥 한꺼번에(?) 나이를 먹어버렸다는 말인지!
...그래도, 아무 하는 것 없이, 아무 아는 것 없이, ...그냥 그런 마음으로 편안해질 수 있는 그런 여유 찾는 법이라도 좀 알았으면 좋겠다.
종종거리며 가닥없이 하루하루를 보내노라니 공연한 조갈증만 내내 가득이다. 

아....無識...

[관촌수필]이 눈에 들어온 것은 얼마전 타계한 작가의 이름 탓이려니.
97년판이니 이것도 한참 전인데, 읽었는지 안 읽었는지 아련해서 다시 집어들었다.
이문구.
이 작가의 소설을 읽은 게 언제였을까? 기억도 나지 않을만큼 가물가물하다.
한 20년 전쯤에 읽고는 그냥 내처 모른 체 하고 밀어두고 살지 않았나싶다.
막연히 약간 '촌스러운'(?...!) 쪽으로 치부해두고 잊어버렸던 것같다.
대체 나는 뭘 읽었던 거지?

도무지 진도를 나갈 수가 없다.
그 살아있는 말들.
'사투리일거야'하고 국어 사전을 들춰보면 어김없이 들어앉아 있는 우리 말들.
언제 이런 말을 써봤나싶게 처음 보는 우리 말들이 그 안에 척하니 알맞춤하게 쏙쏙 자리잡고 앉아있는 거다.
아...미치겠다...나는 왜 이렇게 무식한거야? 나는 뭘 읽고 살았던 거람? 내가 아는 '말'이란 게 다 뭐지?....
참 창피할 노릇이다.

정확히 뜻을 알지 못해도 소설을 읽다보면 저절로 그 뜻이 떠오를만큼 적절하고 맛깔나게 들어있는 '말'들 속에서 허우적대며, 우리말사전, 국어사전을 옆에 끼고 어떻게 책을 다 읽었는지 모르겠다.
그리고도, 그 자연스러운 관촌풍경. 사람 냄새. 바다 냄새, 뻘 냄새...

안되겠다싶어 책을 다 덮은 날, 또 더럭 알라딘에서 이문구 소설을 세 권 샀다.
절판된 책들은 왜 그렇게 많은지.
3권. 80년, 92년,2000년, 다 각각이군.
언제 읽을까싶다. 생각같아서는 그 안의 우리 말들을 다 찾아서 노트에 적어보고싶다. 책을 검색하다보니 이문구 소설의 어휘사전도 진작에 누가 펴낸 모양이다.
지금 맘으론 덥썩 그걸 사보느니 욕심껏 내가 찾아보고 싶은 마음인데, 그러자니 그 양이 엄청나서 어느 세월에 가능할까싶다.
먼저 집에 있던 무슨 전집 속에서 이문구 책을 꺼내서 읽는 중이다.
분명히 읽었던 책들인데도, 예전에 내가 정말 뭘 읽었는지 모르겠다.
이 작가가 이렇게도 '말'을 잘 살려 쓰는 사람인 줄 몰랐다.
그런데도 틀림없이 내가 읽었던 그 소설들 속에서도 이미 살아있는 우리 말들이 열심히 바둥거리고 있는 거다. 아마 그저 사투리 잘 쓰는 충청도 작가로나 여기고 말아버렸던 것일까?

두름성으로 넌덕스럽게,
개맹이없는,
종작없이 씨월거린,
걸터듬는,
지범거리다,,
게접스럽다,
거듬거리다,
귀살쩍다,
버성기다,
칙살하다,
바르집다,
존조리,
맞대매,
훌닦다,
흔전거리다,
뒤퉁스럽다,
비쌔다,
밀알지다,
모도리,
퉁바리맞다,
짯짯하다,
간종그리다,
투깔스럽다,
끄먹거리다,
느른하다,
...
대화성투에는 사투리가 섞여있겠거니 싶어 서술문에서만 대강~ 골라내어 사전에서
찾아본 말들이다...겨우 단편 하나에만도...
진땀이 날 지경이다.
어떻게 이렇게 우리 말을 다 살려 쓸 수가 있을까?
작가의 노력일까? ... 단순히 노력만 가지고 이렇게 글 속에 적절하게 살아있는 듯 어울려 쓸 수가 있는 걸까?...
외국어를 잘하는 사람들에게 어학능력이 있다는 말을 곧잘 하는데, 어쩌면 우리 말에도 따로 탁월한 능력이라는 게 있는 게 아닐까?
쩝..남의 나라 말 공부할 게 아니라, 우리 말부터 한참 공부해야 할 성싶다.
내 '국어사전'은 대체 언젯적 것이람?
신판 국어사전부터 새로 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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